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 교원능력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실시됩니다.
솔직히 만족도 조사라는 말부터 참 기분 나쁩니다.
교직이 서비스직도 아니고 만족도 조사라니?
( 난 아직도 교직이 서비스직이라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어떻게 교육이 서비스직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 진로 교육 연수에서도 강사님 말씀이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을 직업 중 하나가 교직이라고 하더라고요.
물질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교실에서 교사-학생이 만나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미래에서 더 강조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것은
단순히 지식 전달의 장소가 아니라
인성을 연마하는 곳이기 때문에 교직은 사라질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일선 학교에서는 설문 참여율이 높아야 한다면서
학부모들에게 통신문, 알림장과 문자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라고 담임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참여율이 저조하면 내년부터는 종이로 설문을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것으로 담임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죠.
교원평가에 대한 취지나 목적, 효율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학부모 설문 참여율 즉 실적만을 강조하는 셈이죠.
교원평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은 전혀 안중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도 우리 반 학부모 참여율은 25% 정도였어요.
담임의 평소 교원 평가에 대한 생각을 아셔서인지 참여율이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어떤 샘들은 참여율이 높아야 평균점수가 높아진다고 참여를 끈질기게 독려하시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적극적으로 교원평가를 하시는 학부모들은
담임에 대한 좋은 감정보다
나쁜 감정을 가진 분들일 확률이 많기 때문입니다.
(담임을 지지하는 분들은 굳이 설문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조사에다 익명성이 보장이 되기 때문에
담임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보다
담임에게 나쁜 점수를 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평가를 하더라도 담임의 교육 철학, 방향, 활동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야 하는데
학생,학부모들은 자신과 관련되어 주관적인 평가를 하고 점수들도 대부분 야박하게 줍니다.
솔직히 교사는 학생들 평가할 때(학교생활기로부 쓸 때)
단점은 최대한 배제하고 장점을 부각시켜서 쓰려고 무진장 노력합니다.
아울러 담임이 학부모를 평가하는 장치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삼위일체(학생,교사, 학부모)라고 부르짖으면서
교사-학생은 상호 평가를 하는데
교사-학부모는 일방적으로 교사만 평가를 당합니다.
교원평가할 때 학생이나 학부모가 담임의 단점 보다는 장점을 생각하면서 평가할까요?
담임한테 서운한 것만을 떠올려서 평가하는 예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담임한테 야단 맞은 아이가 그 날 평가를 하면 최하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벌어집니다.
그러면 평균은 기하급수적으로 쑤욱 내려갑니다.
한 마디로 전혀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다 참여율도 저조하다면
그 담임은 몇 명의 평가자에 의해 무능력한 교사로 낙인 찍히고 자존감에도 엄청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건 정말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도 참여율을 높여서 평균 점수를 끌어 올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1년 동안 우리 아이를 가르친 선생님인데
설혹 조금의 실수가 있다 해도 혹여 맘에 안 든 부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큰 과실이 아니면(촌지, 편애, 폭력, 폭언, 수업 결손 등등)
선생님을 믿는 게 학부모의 자세이지 평가하는 게 학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전달되어지는 담임의 언행을 보고 평가하는게 대부분인데
그것만으로 담임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평가를 하더라도 담임이 1년을 이끌어 온 목표와 방향성을 보고 평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난 근본적으로 교육은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원평가 자체를 부정하였지만
이렇게 한 번 실시되면 없어지지 않는 게 우리 나라 실정이기에
(영어 도입이 가장 좋은 예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의 방법을 택하려고 합니다.
난 수퍼남매 담임들의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작은 아이 담임은 독서 교육을 열심히 해 주셔서 감사하고,
큰 아이 담임은 복습 노트를 꼼꼼히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의 교육 목표는 같지만
스타일은 조금씩 다 다릅니다. 그게 더러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애들 앞에서도 담임 험담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희 선생님은 이런 점이 참 좋아! 라고 자주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이 만날 12명의 담임들의 좋은 점을 아이가 1년 동안 최대한 닮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바로 내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학생-교사 간의 신뢰가 있을 때 먹혀 들어갑니다.
학부모가 담임을 깎아내려서 내 아이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1년 동안 나를 비롯하여 모든 교사들은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가끔 길을 잃고 헤매이기도 하고,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바른 곳으로 이끌고자 하는 마음만은 한결 같습니다.
교원평가는 잘하는 교사를 북돋워주기보다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들의 순수한 마음과 열정에 상흔을 입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떤 교사는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분필을 들기도 하지만
어떤 교사는 커다란 상처를 받고 자존감을 잃은 채 아이들 앞에 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저경력 교사들이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항상 교원평가가 이뤄지고 결과가 나오는 이 시기쯤 되면
마음이 아픈 교사들이 참 많습니다.
교직이 싫어진다, 학생들이 미워진다. 학부모가 무섭다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교직을 사랑하며,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고자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교단에 섰던 교사들입니다.
그들이 왜 이렇게 아파야 할까요?
교사의 마음이 아프면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질 리 없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됩니다.
교원평가로 인해 상처 받는 교사들이 부디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원평가에 얽힌 내 이야기는 작년에 썼습니다.
http://blog.aladin.co.kr/772868196/5945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