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그림 2점이 이번에 개관한 <북서울시립미술관>에 오늘부터 내일까지 전시된다.
온 가족이 시립미술관에 걸린 딸의 작품을 감상하러 미술관 나들이를 갔다.
학부모 상담이 있어서 하마터면 딸의 그림도 못 보고 헛걸음을 할 뻔 하였으나
다행히 시간 안에 도착하여 기념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전시실은 7시까지인데 여기는 6시까지라고 한다)
<행복 축제>라는 테마로 초등과 중등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중등 전시실은 늦게 가는 바람에 둘러보지 못해 좀 아쉽다.
딸을 가르치신 영재 강사님(지금은 교감으로 승진하심)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커다란 모란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난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이번 행복 축제는 그 교감님의 엄청난 노력으로 전시가 성사되었다고 한다.
아이들, 학부모, 교사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시간이 모자라 찬찬히 구경을 못해 좀 안타깝다.
내일은 철거를 하러 가야 해서 또 구경을 못한다.
폐장을 한다고 해서 부리나케 사진 몇 장만 찍고 다른 전시실로 올라왔다.
9월 24일에 개관하여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과 와봐야지 하면서 관람을 못했었는데
딸의 전시 때문에 이제야 오게 되었다.
이왕 온 김에 다른 전시실을 둘러 봤다.
그림을 보니 어쩐지 굉장히 문화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까운 곳에 시립미술관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다.
자주 아이들과 관람을 다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림쪽에는 문외한이어서 작가들 이름을 잘 모르는데
남편이 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몇 점 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우리 가족을 놀라게 한 작품이 있었는데
히로시마에서 핵 폭발 후 발생한 버섯 구름을 수로 나타낸 작품이었다.
멀리서 볼 때는 유화인 줄 알았는데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것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시골길>이라는 유화작품이다.
노을이 지는 한적한 시골길에서 빨간 자동차에 탄 한 무더기의 가족과
투박한 손에 농기구를 들고 있는 농부가 마주보는 그림이다.
작가의 이름은 잊어버렸다.
농부의 모습이 거인처럼 거대해서 일단 눈길이 가고,
그런 투박한 농부의 모습과 차에 탄 사람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라서
주제가 마음에 와닿았다.
시골길과 어울리지 않는 도회적인 빨간차를 보면서
시골길에 먼지 바람을 일으키면서 쌩쌩 달리는 차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농부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나
도시인들에게는 나들이 장소일 뿐인 시골길.
시골길은 자동차로 쌩쌩 달리기보다는
들판의 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천천히 흙 밟으며 걷는 게 어울릴 텐데......
시골에서조차 자동차 배기 가스 뿜어 대며 속력을 자랑하듯 달리는 도시인들의 무배려한 모습이 그림 안에 있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자동차를 탄 모습이 바로 내 모습 같아서 말이다.
그림을 오랜만에 보니 참 좋다.
지난 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 "고갱전"을 놓쳐서 많이 아쉬웠는데.....
현대 미술은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어렵게만 느껴져 가까이 하기에 좀 그랬는데
가까운 곳에 시립미술관이 생겼으니 자주 들러서 그림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