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군의 태양>때문에 이 그림책이 요즘 아주 잘 팔리고 있고, 도서실에서도 대출이 잘 된다고 한다. 드라마 때문에 책이 잘 팔린다고 하니 그 점은 고마울 뿐이다. 어떤 이유든지 간에 책이 팔린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의도적으로 책을 읽거나 도서관에 가는 장면을 집어 넣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주말 드라마에서는 아예 출판사가 배경이 되었고, 그 덕분에 <푸른숲>출판사도 유명해지고, 덩달아 책도 많이 팔렸던 예가 있다. 우리 나라처럼 책을 잘 안 보고, 잘 안 사는 곳에서는 작가나 피디들이 의도적으로 책 읽는 장면을 집어 넣어 주는 게 시청자들에게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첩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주군의 태양>도 초딩들이 많이 보는데 그 드라마 여주인공이 계속해서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책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이 드라마가 책을 인용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 즉 많은 대중들이 보는 매체에서는 책을 자주 인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다른 것들은 심하게 간접 광고를 하면서 책은 별로 하지 않는다. 발 빠른 출판사들은 그래도 요즘 드라마에 협찬을 하는 게 가끔 보인다.
지난 봄에 했었던 신하균과 이민정이 나왔던 드라마-이름이 생각 안 난다-에서도 모출판사가 협찬을 했는지 남녀 주인공 서재에 모 출판사의 책들이 쫘악 꽂혀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김수영 시집이 자주 인용되었다. 남주인공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에서 책이 나올 리가 없다. 도서관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나올 리도 없다. 그러므로 청소년이 즐겨 보는 드라마라면 이런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넣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드라마 작가나 피디라면 책과 관련된 장면들을 꼭 넣을 텐데..... 책에 대한 내용이 자주 나왔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신하균의 연기력도 아주 뛰어났다.
그건 그렇고, 나는 이 드라마 때문에 16부작인 <투윅스>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흑흑흑! 수퍼남매에게 매번 양보했다. 마지막회만 아이들에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볼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양보해준 수퍼남매에게 한없이 고마워했다. 마지막회 보여준 걸로 수퍼남매가 얼마나 생색을 내던지... 칫!
<주군의 태양>이 이번 주에 끝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드라마 폐인들이 주변에 많은 것 같다. 동서2명도 추석 때 보니 <주군의 태양>을 넋이 나가서 보더라. 주군에 빠져 있는 동서들을 보니 내 취향이 독특한 것 같기도 하고.... 난 나쁜 남자 스타일은 싫다. 오히려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해 보려는 <투윅스>의 장태산 같은 역이 더 매력적이다. 어찌 됐건 <주군의 태양>을 안 보면 다음 날 학교 가서 대화가 안 된다는 딸 덕분에 동생도 누나 따라 같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들은 처음에는 귀신들이 나와서 좋아했는데 교실에 있는 그림책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보고, 선생님이 애니메이션도 보여 주셔서 그 후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나에게 살짝 알려 줬는데 책과 애니메이션은 마지막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음~ 그렇군!
드라마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책은 세트로 주문했다. 알라딘 지인 중에서도 강추하시는 분이 계셔서 말이다. 그래도 혹시 소장 가치가 없으면 어쩌나 싶어서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와 한 권 읽어봤다. 1권은 누가 대출해서 2권을 읽었다. 그림도 단순하면서도 특징이 살아나고, 내용도 감동적이다. 책장을 들춰 보니 그림책 치고는 제법 글밥이 있다. 1-2학년 아이들에게 딱이겠다 싶다. 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본 작가가 쓴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와 비교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