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며칠 동안 온이를 친정에 맡기기로 하였다.
온식구가 친정에 가서 미리 추석 인사를 드리고
온이가 잘 적응하는 것까지 봤다.
낯설어하거나 숨지 않고 부모님을 잘 따랐다.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배웅하려고 따라 나오시면서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는 틈새로
온이가 안방에서 두리번거리는 게 보였다.
차를 몰고 오는데 마음이 좀 불안했다.
'아버지께서 배웅하실 때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데
혹시 그 잠깐 사이 온이가 밖에 나간 것은 아니겠지?'
불길한 예감은 적중력이 좋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온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뿔사!!!
조금 열린 문 사이로 온이가 나간 건가 보다.
야용야옹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들은 그 이야길 듣고 대성통곡을 하고 난리가 났다.
"다신 외할아버댁에 안 갈 거야, 흑흑흑! 온이야~~"
나도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이 녀석이 도대체 어딜 가서 헤매고 다닐지 걱정이 되었다.
" 엄마, 야옹야옹 하지 말고
온이야. 이리 와! 해보세요. 낯선 곳이라서 쉽게 나가지는 않았을 텐데...."
이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제발 집 안 어디에 꼭꼭 숨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남편과 딸은 아무일 없는 듯이 tv 시청을 하고-어찌 그리 무덤덤할 수 있는지-
나와 아들은 부둥켜 안고 온이한테 잘못했던 일을 생각하며 울었다.
아침에 온이를 이동가방에 벌 주러 가둬 놓았던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동안 못 해 준 것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남편과 다시 친정에 가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집에 숨어 있는지 진짜 가출을 한 건지도 파악이 안 되니
일단 친정에 가서 불러라도 봐야겠다면서 나서는데
띠리링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엄마도 그 동안 마음 고생 많이 하셨을 거다.
외손자가 그리 애지중지 하는 온이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부주의로 잃어버렸으면
두 분 마음이 얼마나 안 좋으시겠는가!
자나깨나 불조심이 아니라
자나깨나 현관문조심!!!
온이가 요즘 들어 현관문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하겠다.
며칠 안 봤는데
쑥 커버린 온이를 보고 우리 가족 모두 놀랐다.
적적한 부모님의 말벗이 되어 준 우리 온이.
사랑한다. 있을 때 잘하자. 나중에 후회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