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교실에 들어서기 전에 복도에 놓여진 우유상자를 교실 안으로 들여다 놓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2학기 들어 등교 시각이 빨라지자 나보다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 3반 친구들! 예전에는 매일 선생님이 우유 상자 들여놓고, 창문 열고 했는데
선생님보다 먼저 온 친구들이 있으니 이런 것들을 너희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같이 쓰는 교실이니까 선생님보다 일찍 온 친구들이 이런 일들을 해 주면
선생님은 아침부터 아주 행복하고 상쾌할 것 같아요.
책 읽는 사람들은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남을 위해서, 우리 교실과 우리 선생님, 친구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금만 생각하고 실천해 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좋은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내가 이 일들을 일년 내내 할 수도 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가르치는 것도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떠드는 것보다
좋은 말이 써져 있는 책을 100권 읽는 것보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날, 교실에 도착했는데 우유 상자가 교실 안으로 들여 놓여져 있고, 창문이 활짝 열려 있다.
누군가 친구들과 선생님을 위해 이 일을 한 것이다.
"와~ 누가 우유 상자를 들여 놓고, 창문도 활짝 열어 놨네! 진짜 기분이 상쾌하다"
" 제가 그랬어요" 라고 어떤 여자 아이가 자랑스럽게 손을 든다.
"고마워!"
오늘도 누군가가 우유 상자와 창문을 열어 놨다.
누군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 와~ 우리 교실에 점점 3단계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네." 라고 칭찬해 줬다.
3단계 사람이란 나와 우리반만 아는 비밀 언어다.
3단계란 남을 도와주고,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2단계는 남을 도와주지도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1단계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뜻한다.
사람이라고 해서 다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에게도 레벨이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줬다.
우리가 매일 아침독서를 하고, 학교에 나와 힘들게 공부하는 목적은 3단계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요즘 통합 교과 <이웃>을 배우고 있다.
내 한 마디에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반 꼬맹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누군지는 모르지만서도.
남이 나에게 좋은 이웃이 되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남에게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반에도 우렁이 각시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