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이 가져온 통신문 중에 색다른 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담임 선생님이 그 동안 공부 시간에 아이들이 쓴 시, 일기, 독후감들을 모아 간단한 문집을 소책자로 만들어 보내주신 것이다.
진짜 부지런도 하셔라.
얼마 전에는 알뜰 시장을 하셨는데 직접 수제 와플을 구워 주셔서 아들과 나눠 먹었었다.
항상 일찍 오시고, 늦게 퇴근하시는 아들의 담임 선생님!
일 년에 한 번 문집 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한 학기에 한 번 문집을 만드실 계획이신가 보다.
손수 작업하신 문집을 받아드니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넘쳤다.
아이들이 공부시간에 짬짬이 쓴 동시, 일기, 독후감들을 엮어서 만든 책자였다.
나도 엄마인지라 다른 아이들(작년 제자들) 작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들 것부터 우선 찾았다.
아들의 동시를 읽는데 이 동시의 배경이 되었던 그 날의 사건이 기억나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들이 감수성이 예민하단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었나 깜짝 놀랐다.
아빠, 누나, 피아노 선생님까지 아들의 동시를 읽어본 사람들 모두
마지막 두 행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는 평을 내 놓았다.
고양이
이 **
풀밭에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있네.
고양이가 야옹야옹 우네.
내가 데려가자고 졸라도
엄마가 안 된다고 하네.
고양이 두 마리
밤에는 어쩌나.
아들은 온이를 데려오느냐 마냐 한참 망설이던 그 날을 떠올리며
이 동시를 쓴 것이다.
카페에 앉아 주문한 팥빙수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고양이들이 가엾다며 엎드려 울던 아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아들의 그 모습에 온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였던 건데
이 시를 다시 보니 정말 입양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온이와 얼마나 남매처럼 잘 지내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