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백화현 선생님의 강의가 있다고 해서 부장회의가 있는 목요일이지만 용감하게 연수를 신청하였다.

나 외에 독서에 관심 있는 두 분과 함께 교육청으로 갔다.

초, 중, 고등학교가 함께 모이는 연수는 드문데 오늘 연수는 "독서동아리"라는 주제 때문에 한자리에 모였다.

 

백 선생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고 글도 간혹 읽어본 적이 있긴 한데

제대로 만남을 가진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알라딘 지인인 순오기님과 비슷한 인상이라서 참 반가웠다.

책과 가까이 지내시는 분들은 인상도 좋다.

 

선생님은 왜 자신이 학교도서관 그리고 책모임에 열정을 갖게 되었는지 아주 장황하게 설명을 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독서라는 것도 철학이 없이 기능면으로 접근하게 되면

또 하나의 사교육이 되어 아이들을 쥐어 짜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4년 동안 우수한 아이들을 가르첬던 선생님은

난곡 달동네에서 만난 정반대의 아이들 때문에 충격을 받으셨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참 힘드셨단다.

교과서도 없고, 학습 의욕도, 꿈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악만 남아 있는 그 아이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무엇으로 풀어줘야 할지 고민고민하다

꺼내들은 고육지책이 바로 책이었다고 한다.

백 선생님이 사춘기 때 책으로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자신이 힘들 때 책 속의 인물들로부터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달동네의 아이들도 책과의 만남을 갖게 해 주고 싶었단다.

책이 친구가 된다면 이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생기고, 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으리라.

 

이래저래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 해결책으로 학교 도서관을 제대로 정비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한다.

적어도 공교육기관에서만큼은 강남의 아이들이나 달동네의 아이들이나 똑같이

좋은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셨던 거다.

실제로 연구 결과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중산층 아이들보다 좋은 독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책과 친하지 않다고 한다.

공교육기관에서만이라도 이런 간극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게 바로 보편적 복지이기도 하다.

부모의 경제 능력, 계급을 떠나서

누구나 학교 도서관에서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큰 아들을 위해 시작한 도란도란 책모임이,

교사 독서동아리, 학부모 독서동아리, 학생 독서동아리 모임을 운영하고, 이제 책모임이 전국적으로 운동을 확산되기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온 백선생님의 열정과 끈기, 수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나도 내가 처한 위치에서 아이들,학부모, 동료 교사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며 학교의 심장이라고 말이다.

(우리나라 교장님 중에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 백 선생님이 만나본 미국의 8명 교장님은 이구동성으로 학교도서관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이라고 했단다. 진짜 부럽다. 밑에서 개혁을 하는 것은 정말 지난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리더의 철학이 바뀌면 학교의 모든 것이 바뀐다.)

아직 학교도서관에 정식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않고 있다.

현재 근무하시는 분들은 모두 계약직 사서들이라고 알고 있다.

작년부턴가 초등학교에

스포츠강사가 전면배치되었는데 정작 더 중요한 사서교사는 아직 한 명도 없다니.

이게 바로 우리 나라 교육의 현주소다. 참 슬프다.

어디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는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돈은 다른 곳에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1-2학년 때 사서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매주 1시간씩 그림책 읽어주기를 한다고 한다.

아무런 독후활동도 없이 오로지 읽어주고,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그림책을 소개해주는 활동으로만 채워진다고 한다.

사서교사가 2년 동안 좋은 그림책을 읽어준 미국 초등학교의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나라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날 건지 뻔하다.

백 선생님이 만난 우리 나라 모 재벌 그룹의 인사과장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룹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우리나라 SKY 출신을 채용하지 않고, 해외출신들을 채용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해외출신들이 국내 대학 출신자들보다 훨씬 창의적으로 업무수행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 나라 아이들은 암기식 공부를 잘할지 몰라도 창의적이지 않다는 결론이다.

 

우리는 왜 그 많은 사교육비를 들이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를 하면서

해외출신들에게 밀려서 88만원세대를 양산해내고 있는지 정말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결국 죽 써서 남 주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백선생님은

앞으로 88만원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99% 지금의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지수를 높이고, 학교 폭력을 줄이고, 자살률을 낮추고, 꿈을 꾸게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이

바로 독서와 책모임이라는 것이다.

나 혼자 하는 독서도 물론 좋지만

책모임은 책과 만남이 전제된다.

책을 매개로 해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삶을 나누고,  토론을 하고, 타협을 배우고, 사랑과 실천을 배우는 것이다.

책모임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결국은 달동네의 아이들이 백 선생님을 지금으로 이끈 셈이 되었다.

백 선생님은 꾸러기 큰 아들이 결국 자신의 스승이 되었다고 회고하셨다.

어떤 하나에 미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가열차게 달려온 사람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연수 종료 시각이 지났는데도 백 선생님의 열띤 강의에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강의를 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또 하나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나부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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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07-06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연수를 들으셨군요. 요즘은 이런 독서 운동하시는 분들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읽습니다. 저도 백화현 선생님을 강연 듣고 싶네요. ^^

수퍼남매맘 2013-07-06 15:36   좋아요 0 | URL
혼자 읽는 책도 좋지만 백선생님 말씀처럼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나니 책 모임이 훨씬 효과적이죠.
샘도 저도 독서동아리 열심히 하자고요. ㅎㅎㅎ

희망찬샘 2013-07-07 09:00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저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하길 잘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2학기에는 학교에서도 동아리를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원하시기도 하지만, 독서에 대한 목마름이 교사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수퍼남매맘 2013-07-0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반대 생각이에요.
교사들조차도 독서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독서를 하지 않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건 학부모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가야 할 길이 참 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야죠.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하면서 말이죠.

희망찬샘 2013-07-07 16:50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제가 만난 많은 분들은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필요성도 느끼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안내가 있다면 좀 더 쉽게 함께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접하지 않은 아이가 있을 뿐이라는 한상수 이사장님 말씀과도 조금 맥을 같이 한다고나 할까요? 관심은 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지요. 뭐, 달리 풀어 말한다면 실천이 없는 것은 관심이 없는 것이라는 말과도 통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먼저, 이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조언자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해 보려 합니다.

수퍼남매맘 2013-07-0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너무 회의적이었나요? 관심은 있으나 실천이 부족하다고 해야겠네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저 또한 책과 담 쌓고 지내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으니
제 경험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절망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갈 길을 가야하겠죠.
우리 모두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