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저녁에 울 반 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자신이 얼마 전 교회에서 골든벨을 울려 문화상품권을 받았는데
그걸로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이보나 씨의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거였다.
우리 반에서 단연 최고의 책벌레인 이 어린이는 어쩜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요즘 교실에 이보나 책을 비치해 놓고 하나씩 읽어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 도서실에서 빌려온 이 책을 보여 주면서
" 이 책은 말이야, 너무 비싸서 선생님도 아직 못 사고 있어요. 다음에 세일하면 사려구요" 라고 했던 책이다.
내 말을 귀담아 들었던 @@ 어린이는 엄마에게
그 책을 선생님께 선물하고 싶다고 하였고,
그 책 이름이 아리송송해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그 책을 선생님께 선물하면
교실에 놔두고 친구들과 후배들이 두고두고 볼 수 있어서 선물하고 싶다는 거였다.
내가 나중에 2학년 올라가기 전에 돌려주겠다고 하니
선생님이 교실에 가지고 있으면 후배들도 볼 수 있으니 기증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어쩜 이리 예쁠까!
고작 8살인데 이런 속 깊은 생각을 한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다.
진정한 책벌레의 이 기특한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서 고맙게 받았다.
솔직히 이번에 사계절 북카페에 갔는데도 내년에 좀 더 가격이 다운되면 사야지 하며
마음을 접었는데(출간한지 18개월이 지나야 가격이 다운된다.)
이렇게 제자에게 선물을 받게 될 줄이야....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런 게 진정한 책벌레의 태도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혼자서 똑똑해지기 위해서라면 그건 얼마나 마음의 넒이가 좁은 것인가!
이 어린이처럼 진정한 책벌레는 남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자리에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힘 주어 말해 주었다.
권정생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반 어린이들은 "책 읽어서 남 주자"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다시 한 번 말해 주었다.
그리고 작년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작년에도 @@어린이처럼 기부 천사가 여러 명 있어서
자신이 읽었던 재미난 책들을 교실에 가져와서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이다.
선생님이 집에 있는 좋은 책들을 가져와서 너희들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여러분들도 자신이 감동 받은 책들을 교실에 가져와서 친구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교실이 되겠니?
하고 말이다.
지금의 어린이들도 작년처럼 기부를 실천으로 옮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어도 부모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실천이 안 되니깐-
@@ 어린이의 이 따뜻하고 멋진 행동이 다른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