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학교 화단에 새끼 고양이 4마리가 버려진 일이 있었다. 이를 발견한 5학년 아이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여 교실로 데려왔고, 담임 선생님은 얼떨결에 그 고양이들을 맡게 되었다. 얼떨결에 고양이들을 맡게 된 5학년 선생님은 그 고양이들을 입양할 사람을 찾느라 여간 고생을 하신 게 아니다. 본인 사비를 털어 사료를 사고, 집에 데려가 돌보시기도 하고 말이다. 나도 세 마리를 집에 데려와 하룻밤 돌봐 준 적이 있다.  이래저래 학교는 며칠 동안 유기묘 때문에 시끌시끌하였다.

 

유기묘가 발견된 첫 날, 그 사실을 우리 반에게도 알려주자, 놀이터에서 어떤 형아가 새끼 고양이를 버린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다는 우리 반 꼬맹이의 증언이 있었다. 아마 본교 어린이의 가정에서 새끼 고양이들 감당이 안 되자 화단에 몰래 유기하고 가 버린 듯하다. 모양새가 길고양이들 같지는 않았다. 이틀 전에 화단에서 한 마리를 더 발견하여 모두 5마리 새끼 고양이가 각 가정에 입양되었다. 정말 다행이다. 만약 5학년 아이들이 고양이들을 담임에게 가져오지 않고 화단에 그대로 방치되었다면 새끼 고양이들은 굶어 죽었을 지도 모른다. 

 

이 일을 계기로 반려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수호의 하얀 말>이란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읽을수록 깊이가 더해지는 책이다.

 

 

몽골의 전통악기인 " 마두금 "에 대한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호라는 소년과 유기된 하얀 말과의 우정에 촛점을 맞춰 들어도 감동적이다. 내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감수성이 풍부한 어떤 여자 아이는 훌쩍훌쩍 울었다. 다른 아이들도 이 이야기가 많이 감동적이었나 보다. 특히 하얀 말이 원님의 부하들이 쏘아대는 화살을 여러 대 맞고서도 자신을 사랑해 주던 수호의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어른인 내가 봐도 숙연해진다. 수호와 하얀 말의 목숨을 건 우정을 보니 화단에 새끼 고양이들이 더 가엽다. 얼마나 사정이 딱했으면 그랬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단지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나마 학교에 버린 것은 학교에서는 쉽사리 유기하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아무튼 그 고양이들을 맡은 선생님은 5마리를 입양시키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다. 버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랑가 몰라?

 

이번 일을 보면서, 잠깐 데리고 노는 장난감 같은 애완 동물이 아니라 수호와 하얀 말처럼 정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끝까지 책임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 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책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실로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동물들과 참 친화력이 강한 것 같다. 이번에 유기묘를 대하는 것을 보고 정말 아이들이 사정이 안 되어 못 키우는 거지 반려동물을 갖고 싶어하는구나!를 느꼈다. 그런데 예뻐하고 놀아주는 그 단계까지가 아니라 아프거나 다치거나 죽거나 할 때도 끝까지 가족으로서 책임을 져야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하려면 어린이들에게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동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들을 골라 본다. 이런 책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 보면서 동물에 대한 시각부터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입양된 새끼 고양이들이 아무쪼록 상처를 잘 극복하고, 새로운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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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6-2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안타깝네요.집에서 이쁘다고 키우다가 저리 쉽게 버리니....마음이 씁쓸해지는군요.

수퍼남매맘 2013-06-29 19:22   좋아요 0 | URL
이뻐하는 것과 반려동물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것과는 분명 다른 듯해요.
학교 화단에 버리고 가서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