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중에는

아이인데도 정말 영악하다고 생각되는 아이가 있는가 반면

아이인데도 어쩜 저리 인품이 훌륭할까 생각되는 아이가 있다.

전자는 만나기가 쉬운데

후자는 좀체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 후자를 우리 교실에서 발견하였다.

 

통합교과 시간이었다.

지난 번 강낭콩을 심지 못해 다음 번에 하기로 하고 넘어간 부분을 하였다.

식물 관찰하기를 하려고 그 동안 잘 키운 강낭콩 화분을 책상에 가져와서

돋보기로 관찰도 하고, 잎도 자세하게 그려 보는 활동을 하였다.

 

어떤 아이가 교탁 앞에 나와서 검사를 맡고 들어가다가

@@군의 화분을 건드려서 화분이 바닥에 떨어져 흙이 다 쏟아지고  강낭콩 줄기가 꺾이고 난리가 났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넘어뜨린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타박을 줬을 텐데

@@군은 짜증 섞인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하게 엉망된 화분을 소리 없이 정리하였다.

요즘 아이들 특징이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고

쉽게 폭발한다는 점인데

이 아이는 어쩜 이리도 담담하게 견디어 내는지 정말 놀라웠다.

다른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 들어 도와줬다.

참 잘 컸던 화분인데.....

오히려 내가 더 안타까웠다.

말은 안 했어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평소에도 친구들에게 짜증 한 번 부리지 않는 친구였지만

오늘 새삼 그 어린이의 인품에 반해 버렸다.

누가 봐도 짜증 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화 한 번 안 내고

화분을 정리하는 걸 보고

저 아이는 제대로 책을 읽고 실천하는 아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다고 하는 @@군은

지금 5-6학년 정도의 독서력을 보인다.

다른 친구들이 아침독서시간에 그림책을 읽을 때

@@군은 역사동화가 재밌다고 읽고 있다.

그런데

@@군이 그렇게 어려운 책만 읽을 줄 알고

인성이 제대로 크지 않았다면 나도 감복하지 않았을 텐데

평소에 말하는 것도 그렇고

오늘 보여 준 행동도 그렇고

책을 제대로 읽고 실천하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가끔 어려운 책을 술술 읽지만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는 참 잘 성장하였다.

 

진정한 책벌레는

이 아이와 같이 분노를 절제할 줄 알고,

타인을 이해할 줄 알며, 아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 중에도

자신을 책벌레라 하면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를 통해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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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0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을 반하게 하는 건 인품에 있네요. 진정한 책벌레란 말씀에 끄덕끄덕 하고 인사드려요, 수퍼남매님~~^^

수퍼남매맘 2013-06-04 14:4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늘 그 아이에게 어제 마음 안 아팠어? 물어보니 아팠지만 그래도 참았다고 하네요. 어른보다 더 마음이 넓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