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가 생기면서 토요 당직이 생겨났다.

학교 온 김에 그 놈의 교육과정을 마무리 짓고

어제 초고를 쓴 리뷰를 마저 손 보고

교실에 올라가

아이들이 새로 가져 오는 책들을 몇 권 가지고 내려와서 교무실에서 읽었다.

 

지난 금요일,

서@@가 가져 온

이 책을 읽어 줬더니 아이들 반응이 엄~ 청 뜨거웠다.

자기들도 빨리 읽고 싶다나?

그래. 조금만 기다리렴.

나 또한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마저 읽었다.

 

꼬리 두 개 달린 인어와 물갈퀴가 달린 채로 태어난 소년의 우정을 다룬 그림책이다.

새내기들한테는 제법 글밥이 많은 책이라 내가 중간까지는 읽어줘야겠다.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공주라는 것.

앞표지에 보이듯이 주인공 여자 아이는 뚱뚱하고 못생겼다.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정도 되겠다.

그래서 자신은 예쁜 드레스가 어울리는 공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딸을

아빠는 학교에 보내는 대신 세상 구경을 시켜 준다.

아빠와 세상 공주들을 만나면서

딸은 점점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이야기이다.

학교보다 지금은 세상 구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딸의 손을 잡고 세상 구경을 나서는 참 멋진 아빠다.

영재 특강 때 들었는데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설 때 아이들이 영재로 또는 바른 인성을 가진 사회인으로 자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그런 면에서 아주 취약하다.

아빠는 돈 벌어오는 사람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인 것 같다.

 

 

구수한 옛이야기를 입말로 잘 옮겨 주시는 서정오 선생님과

남자분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보다 더 섬세한 그림을 보여주시는 한태희 작가님이 만났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섞여 있다.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주제가 명확하고, 권선징악적 결말이 드러나는 옛이야기가 좋다고 한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감은장" 은 " 검다" 는 말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더라도 친구와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었다.

글밥이 적어서 새내기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어린이 그림책에도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그림책을 보고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학년말 방학부터 지금까지 내 머리 한 구석을 옥죄고 있던 교육과정을 이제  끝내고-또 어딘가 틀린 구석이 나오겠지만서도-

그림책을 몇 권 보니 힐링이 저절로 되었다.

토요 당직이 좋은 점도 있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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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03-2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쁘긴 바쁘네요. 책을 읽을 시간이 한 방울도 안 나니 말이에요. ㅜㅜ
오랜만에 짬 내어 서재놀이 중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03-24 15:21   좋아요 0 | URL
님도 예년보다 더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새 학교에, 새 업무에...
모처럼 당직 나갔다가 좋은 그림책들 봤어요.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