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 도서실수업이 배당되어 있어서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도서실로 갔다.
작년까지는 도서실 수업이 한참 만에 돌아오곤 하였다.
그게 너무 불편하였다.
한 번 도서실 수업을 놓치면 한~ 참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함 때문에 나를 비롯하여 여러 선생님이 건의를 하여
2주에 한 번은 도서실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배정 방법을 고쳤다.
체육관 사용도 마찬가지이다.
작년까지는 한 달에 몰아서 배정이 되어 있어서 그 시기를 놓치면 체육관 사용도 용이하지 않았다.
도서실, 체육관을 2주에 한 번 정도로 분산시켜 배정하니 훨씬 좋다.
먼저 반납할 아이들은 반납을 시킨 후
도서실 수업과 대출의 다른 점을 설명해 주었다.
도서실 수업시간에는 도서실에 있는 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책 읽어 주는 어머니가 책을 읽어 주기도 한다.
따라서 대출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엊그제부터 대출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오늘도 대출하러 가는 줄 알고, 자기는 대출할 수 없다고 안 따라나서려는 통에 한참 설명을 해야했다.
일단 도서실 수업할 때는 북스틱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먼저 자신이 선택한 북스틱 번호를 외우고 있어야 한다.
자기가 고른 책을 빼낸 자리에 반드시 북스틱을 꽂아 놓아야만 책을 제자리에 꽂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스틱 사용법을 설명하는데
여자어린이들은 귀 쫑긋하고 잘 듣는데
남자어린이들은 벌써 도서실에 오니 흥분 상태에 돌입하였다.
도서실은 교실보다 더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인데....
설명은 안 듣고 옆 사람과 장난하고,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그래서 여자 어린이들부터 북스틱을 선택해서 책을 골라오게 하였다.
한 권 골라서 다 읽은 후에 책을 바꾸라고 했더니
다 읽고 다른 책 고르러 가는 걸까 심히 의심스럽다.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책 고르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이것 또한 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이다.
몇 명은 제법 진지하게 의자에 앉아 집중하여 책을 읽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헤매고 있는 게 보였다.
어떤 아이는 그렇게 책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 무슨 책을 골라야지?" 하며 떠돌고 있었다.
그래서
" 일단 너는 선생님이 말해 준 책을 읽어 보도록 하고, 다른 친구들이 무슨 책을 골랐나 잘 보도록 해라" 고 알려줬다.
그 많은 책을 보면서도 읽어야 할 책을 몰라서 한숨만 푹푹 내쉬는 걸 보니 그 친구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어떤 남자 아이 한 명이 내가 이런 저런 책 제목을 말하자
" 선생님은 책의 달인 같아요" 한다.
달인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아이인가 보다.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우왕좌왕 하는 아이들을 제자리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였다.
수업 시간에 " 내 몸은 소중해요" 즉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였는데
마침 그와 관련된 좋은 그림책이 생각났다.
아까 교실에서 성폭력 동영상을 몇 개 보여주니
어떤 아이가
" 선생님! 자꾸 보니까 무서워져요" 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게나 말이다.
갈수록 성폭력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데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책, 동영상, 예화 등을 들려 주면서
소중한 자신의 몸을 나쁜 사람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날 시간이 다 되어 끝까지 읽어주지 못해서 아쉽다.
뒷이야기가 궁금한 아이들은 빌려서 보겠지.
나도 이 책 제목만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읽었는데 성폭력 예방 교육으로 적격이었다.
도서실 수업을 끝내고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앉았던 자리를 훑어보니
책을 제대로 꽂지 않아 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앉았던 자리가 깨끗해야 하는데.
자유롭게 앉게 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인 자질이 없다는 게 이런 거다.
자유를 주면 꼭 이렇게 무질서하게 된다는 것.
자유 안에서 질서를 지키는 그런 높은 시민의식을 갖춰야 하는데.....
내가 지정석에서만 읽게 했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처럼 뒷정리를 안 하게 되면
다음에 도서실에 올 때는 당연히 통제하려고 하겠지. 정리를 위해서 말이다.
언제쯤 우리 나라는 높은 질서 의식을 가지게 될까?
대출증을 엊그제 나눠주었는데 벌써 대출증 분실했다는 아이도 있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들은 하여튼 관심 대상 1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