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헤어지는 날이다.
교사에게 2월은 좀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정든 아이들과도 헤어지고, 동학년 선생님과도 헤어져야 하고, 학교를 떠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였다.
졸업식장에 타임캡슐을 꾸며야 하기 때문이었다.
변함 없이 아이들에게 아침독서를 시켜 놓고 체육관에 올라가서 타임캡슐을 꾸몄다.
체육관에서 졸업식, 입학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혜택이긴 하다.
교실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거다.
'어머머! 얘들이 마지막이라고 아침독서를 안 하네!' 싶었는데
우리 반이 아니라 옆반에 들어간 것이었다.
우리 반에 들어가니 조용히 독서를 하고 있었다. 이쁜 아이들~~
종업식날에 읽어준 책은 지난 번 에 읽어준 적이 있지만 또 다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서 이 책을 선택하였다.
아이들은 내가 읽어줬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1학년 때 선생님이 자주 책을 읽어주었다는 좋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초상화를 그리고 옆에다 편지를 써 보라고 주문을 했는데 아이들이 실물보다 더 예쁘게 그려주고, 편지도 감동적으로 잘 써줬다.
실은 내가 " 실물과 똑같이 그리면 안 되고, 공주님처럼 더 예쁘게 그려야 돼" 라고 했지만서도...
그랬더니 왕관을 다 씌워줬다. ㅋㅋㅋ
이제는 그런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만큼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이 책은 언제 읽어도 감동을 주는 그런 그림책이다.
다 읽어주고 나서 이번에는 "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말보다
" 우리 1학년 3반 친구들이 베티처럼 선생님께 배운 아침독서를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어달라"고 말해줬다.
베티가 미술 선생님이 그랬던 것과 똑같이 흑인 꼬마 아이에게 삐뚤삐뚤 그린 그림 아래
" 네 이름을 적어 봐" 라고 말했던 것처럼
3반 친구들도 나와 함께 하면서 배웠던 독서 방법들을 2학년 때 만나게 될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그런 멋진 일을 해 보라고 말이다.
2학년 교실은 도서실과 멀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책과 늘 가까이 지내라고 말해 주었다.
책을 다 읽어주고 나서 함께 암송했던 시 <풀꽃>을 외면서 친구들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면서 악수를 하였다.
둘씩 짝지어서 마지막 행을 친구의 이름을 넣어 <@@도 그렇다> 하며 서로를 축복하여 주었다.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 손을 잡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1학년 3반도 그렇다>를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일 년이 지났다.
객관적으로 참 이쁜 아이들이었다.
해마다 한 두 녀석은 애를 먹이곤 하는데 올해는 그런 아이들이 없어서 가르치기가 수월하였다.
특별히 뒤쳐지는 아이도 없었고, 특별히 말썽을 부리는 아이도 없었다.
내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와 주었고, 무엇보다 순수한 아이들이었다.
2학년 올라가서도 아름답게 잘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통지표를 나눠주면서 한 명씩 꼭 껴안아 주었다.
2학년 몇 반인지 확인을 시켜 주고,
같은 반이 된 아이들끼리 일으켜 세워 확인을 시켜 주었다.
그래도 한 반에 4명 정도는 가서 첫날 그리 어색하지는 않을 거다.
금세 새 친구도 사귀고 새 선생님과도 정 붙이고 잘 지낼 거라고 믿는다.
2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어서 그게 좀 아쉽다.
교사에게는 종업식이 일 년을 마감하는 느낌이 드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동학년 선생님들과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그 동안 피곤함이 밀려와 소파에 엎드려 조금 잤다.
목도 부은 것 같고...
체력이 완전 고갈된 느낌이 든다.
봄방학 동안 재충전하여 다시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