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국어보다 수학을 더 좋아하는 이과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말을 할 때 어떤 면에서는 딱딱하게 하는 편이기도 하였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한 편이고....전임교에서는 내가 교무 회의 시간에 <교원 평가 문제> 때문에 벌떡 일어나 야무지게 말하는 것을 보고 대부분의 선배 교사들은 나를 내심 무서워(?) 했다는 말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 그렇게 나를 꺼려 하던 선배님들도 같은 학년을 하며 자세히 보고, 오래 보게 되면 내가 겉에서 보는 것보다 그렇게 야무지지 못 하고 어리바리 한 것을 금방 알아차리시고는 " 노 선생! 은근히 인간적이야!" 라고 칭찬(?)을 해 주신다. 난 그 말이 똑똑하단 말보다 듣기 좋다. 인간적이라는 말 속에 빈 곳이 있다는 말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지만 그 말이 듣기 좋다. 솔직히 완벽한 사람은 재수 없지 않는가! 어느 정도 빈 곳이 보여야 친해질 여지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수학을 좋아하고 논리적으로 살았을 당시에는 듣지 못 하던 말을 책을 좋아하고 나서는 종종 듣게 된다.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예전의 그 예리함 보다는 포용감이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변화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나의 모난 부분들이 책을 통하여 많이 다듬어진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 연거푸 내가 쓴 리뷰가 인정 받게 된 일이 있어 무지 기분이 좋다. 바로 어제 발표 난 알라딘 리뷰 대회 3등과 알라딘 신간평가단 좋은 리뷰에 오른 것이다. 학창시절 줄곧 수학을 좋아했던 만큼 글쓰기에는 별다른 재주도 없었고, 글쓰기를 좋아하지도 배워 본 적도 없던 내가, 40대를 넘어선 나이에 좋아서 시작된 리뷰 덕분에 글쓰기로 인정 받은 것이 정말 기쁘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아직까지도 알라딘 고수들의 다른 글들을 보면 한없이 움츠러들고 리뷰 쓴다고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예전의 내가 남편에게 쓰던 연애 편지와 비교해 보면 일취월장한 실력이다. ㅎㅎㅎ
남편은 문과 출신이라서 연애할 때 내게 써 준 편지를 보면 문장이 얼마나 유려한 지 모른다. 그 때 문과와 이과의 차이를 확실히 실감했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를 보면서 글도 열심히 쓰다 보면 는다는 것이다. 이걸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강조하고 싶다. 수퍼남매도, 교실의 아이들에게도 말이다. 엊그제도 아이들과 동시 바꿔 쓰기를 하였다. 그런데 한 번 쓸 때 보다 다시 한 번 수정하니 동시가 훨씬 실감 나게 된 것을 아이들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니 평소에 쓰는 일기도 한 번 쓰고 내던지지 말고, 다시 들여다 보고 수정하면 훨씬 좋은 일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명심하길 바란다.
경사가 겹쳤으니 가족들에게 한 턱을 내야지.
더불어 부족한 글 뽑아 주신 알라딘과 러브캣 님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