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언제나 방학은 짧은 듯하나 이번 겨울 방학은 더더욱 짧은 것 같이 느껴진다.

겨울 방학인데 눈썰매장 한 번 가지 못해서 일기 쓸 게 없다고 수퍼남매가 계속 불만을 호소해서- 이 부분은 진짜 미안하긴 하다. 워낙 내가 추위를 잘 타서 선뜻 나서지를 못했다.- 개학하기 전에 영화라도 한 편 더 보자고 꼬셨다.

그리고 눈썰매장은 날씨가 좀 풀리는 봄 방학 때 가자고 말이다.

아이들은 다행히 내 맘을 알아줘서 봄 방학 때 가기로 일단락을 짓고,

자기들이 보고 싶은 <명탐정 코난>을 보러 가자고 하였다.

가까운 롯데 시네마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아

하계동에 있는 프리머스 시네마(건영 옴니 시메가 이름을 바꿈)로 예매를 했다.

언제 새단장을 하였나?

극장 가면 꼭 달콤한 팝콘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인데

그만 카라멜 맛 팝콘이 동이 나서 그냥 팝콘을 사서 들려 보냈다.

300석 넘는 규모이긴 하였지만 바닥이 시멘트 그대로 보이는 게 시설은 좀 아니었다.

그래도 코난을 하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수퍼남매는 코난을 진짜 좋아한다.

지난 번 친가 가서도 투니버스에서 코난 극장판을 하니 거기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줄 몰랐다.

딸은 코난을 이제 졸업할 나이도 된 것 같은데

동생보다 더 크게 웃고, 더 마음 졸이면서 봤다고 하니 당분간 더 코난 영화를 보러 다녀야 할 것 같다.

명탐정 코난 : 은빛 날개의 마술사 포토 보기

 

아이들 영화 볼 동안 가구도 구경하고, 수제 햄버거집에 들어가서 감자튀김이랑 커피 마시면서 책도 읽었다.

갓 튀겨 나온 감자 튀김맛이 일품이었다. 나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았지만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었다. 그래도 다 먹진 못했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 하나를 가방에 넣어왔는데 이 책을 보니 자극이 팍팍 된다.

 "청소는 결국 마음을 닦는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본다.

수행승들은 하루에도 청소를 3-5회 정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절에 가면 마룻바닥이 거울처럼 반지르 한 거였다.

절에 갔을 때 느껴진던 청결함은 다 누군가의 수로고움에서 비롯된 거였다.

청소에 재능이 없는 나는 어질러 놓기 선수인데 이 책을 보면서 반성을 해 본다.

올해에는 정리정돈을 잘하고, 집 청소도 잘하도록 나도 노력하고, 아이들도 노력하라고 해야겠다.

지금 아이들 방이 장난 아닌데

내일은 개학맞이 대청소를 좀 해야겠다.

 

 

 

 

관람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먹고 싶어 했던 카라멜 팝콘을 사주고, 저녁 식사 대용으로 수제 햄버거를 사 왔다.

이름이 박지성 햄버거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살펴 보질 못해서 모르겠다. 아삭아삭한 양파가 특징인 것 같다.

아까 먹은 감자 튀김이 아직 소화가 안 된 관계로 먹지는 못하고 이렇게 눈과 코로만 감상했다.

 

영화도 보고, 맛있는 카라멜 팝콘도 먹고, 푸짐한 수제 햄버거도 먹었으니 이제 일기 쓸 게 있겠지?

 

난 이번 겨울 방학에도 극장 가서 영화 한 편 못 보고 개학을 맞이하는구나! 큭큭큭

그나마 남편이 <늑대 소년>을 보여 줘서 실컷 울었다. 딸도 안 우는데 나만 울었다.

송중기와 박보영이 엄청 이쁘게 나오더구만!

" 인생에 딱 한 번 뿐이야" 하던 나이 든 순이의 대사가 맘에 와 닿는다.

아까 읽었던 <스님의 청소법>에도 비슷한 맥락의 말이 있었다.

" 나중이나 다음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 이것이 선의 사고방식이란다.

오늘도 내 인생에 있어서는 딱 한 번 뿐인 날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도록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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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1-2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를 하는것은 마음의 청소를 하는 것이라는 말이 팍팍 와 닿아요. 저두 청소 잘 안하는데...ㅎㅎ
요즘 안나 카레니나 읽는 다는 핑계로 꼼짝도 안했더니 살만 찌고 있어요.
독서의 단점. ㅎㅎ
늑대소년은 집에서 봤더니 감동이 덜 전달 되더라구요. 화면이 작아서 그런가....

수퍼남매맘 2013-01-27 12:09   좋아요 0 | URL
그 동안 고생 많이 하셨으니 좀 쉬셔야죠.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 읽기가 휴식이잖아요.
<스님의 청소법>읽어 보니 좋아요. 뭔가 단촐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