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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지식 탐험대 3 - 유령을 만드는 화학 실험실 ㅣ 떴다! 지식 탐험대 3
서지원 지음, 이량덕 그림, 현종오 감수 / 시공주니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만 보고는 그닥 눈길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하지만 몇 장을 읽어보고 나서는 그게 나의 편견이었음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는 <화학>을 따로 배우지는 않지만 <과학>이라는 교과서 안에 화학 분야가 다 녹아져 있다. 과학에 흥미가 별로 없거나 힘들어하는 아이, 또는 교과서보다 심화된 내용을 알고 싶은 아이 모두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내가 먼저 읽어 봤는데 많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화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제 내년이면 6학년이 되는 우리 딸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 시리즈이다.
책은 먼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라부아지에가 300년 전 프랑스혁명으로 인하여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왜 화학자인 그를 프랑스인들은 단두대에서 처형하게 되었을까? 그건 그가 화학자이기 전에 바로 국민의 피를 빨아 먹는 세금징수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역사적 사실 하나만으로도 프랑스는 대한민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프랑스는 대혁명을 통하여 왕과 왕비 뿐만 아니라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이들을 모조리 잡아다 처형을 시켰다. 물론 라부아지에는 나쁜 세금 징수원은 아니었고, 자신의 일을 감당했을 뿐이었지만서도. 대한민국은 어떤가! 일본에 빌붙어 살았던 일본 앞잡이들을 처단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친일판 후손들이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살아진 라부아지에의 명예를 1년 반 만에 되찾아줬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정의가 바로 잡힌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대혁명의 물살 때문에 그 당시에는 라부아지에의 목을 베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가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세금징수원이 아니라 위대한 화학의 창시자였음을 인정하고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줬다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역시 프랑스는 대한민국과는 국격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잠시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이 책은 이렇게 300년 프랑스혁명이 한창이던 때를 배경으로 하여 화학이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려 주고 있다.
책은 어린이들이 쉽게 화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와 원리의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그림책에서는 연금술사를 꿈 꾸는 누네라는 아이가 화자로 등장하는데 그 누네가 일상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진행하고, 그 속에서 화학적 원리를 끌어 낼 수 있는 비밀 실험을 하여 결과를 유출해 내는 형식인 셈이다. 중간중간 누네와 연금술사인 할아버지가 주고받는 수수께끼도 들어 있어서 아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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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눈이 내려 아이들과 함께 집 앞에 있는 중학교 운동장에 가서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눈사람이 기온이 올라가면 눈이 녹아서 사라지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오늘처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도 눈사람의 크기가 저절로 작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럴까? 궁금하면 이 책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 한 가지 예만 보더라도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화학적 원리들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있으며 그 원리들을 일목요연하게 짚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사진에서도 <눈물 흘리는 컵>이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가 차가운 물질에 닿으면 물방울이 되는 <액화>를 흥미진진하게 알려 주고 있다.
고등학교 때 이과를 나온 나는 네 가지 과목(물리, 지구과학, 생물, 화학) 중에서 화학을 그래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것은 여기에 나온 누에처럼 실험을 하면서 공부했더라면 더 재밌게 공부하고,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요즘 초등학교는 그래도 과학실이 갖춰지고 실험도 많이 하는 편인데 중고등학교는 사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조카들에게 물어볼 걸. 과학은 원리를 그냥 주입식으로 외우기보다 이 책의 주인공 누네처럼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만들며, 실험을 통해서 그 원리를 찾고자 할 때, 공부도 잘 되고,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30년 전 내가 실험 한 번 안하고 과학 지식을 외웠던 것같이 지금의 중고등학생들도 그런 식으로 공부를 배우고 있지는 않겠지? 만약 지금도 예전의 내가 배운 방식대로 과학을 배우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깜깜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이 터부시되는 나라에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광고 중에 <연예인을 꿈 꾸는 아이들은 많은데 과학자를 꿈 꾸는 아이들은 없다>는 내용의 광고가 있던데 보면서 정말 공감이 가는 광고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을 꿈 꾸는 아이들도 있어야 하고, 과학자를 꿈 꾸는 아이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의 꿈은 그들의 재능에 맞게 다양해야지 천편일률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에게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있다면 노벨 화학상 수상자도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 중에서 노벨상을 꿈 꾸며 " 나는 화학자가 될 거야" 하는 아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