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 5년 내내 참담한 기분을 가눌 길이 없을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몸 상태가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그제 개표 결과를 보고나서는 아예 목소리가 잠겨 버렸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금방 반응을 일으키는 특이체질이어서 그렇다.
방학을 이틀 앞에 둔 아이들에게 좀 더 여유있게 웃어줘야 하는데
웃음이 나질 않았다.
오늘도 한 번씩 포옹을 해 줘야 하는데 맘이 지옥이라 그러지 못했다.
어찌 웃을 수 있으랴!
해맑은 너희들에게 지옥을 선사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에서 아직도 부글부글 활화산이 타오르는데
어찌 웃을 수 있으랴!
어제는 희망이 있었지만
오늘은 절망 뿐인 걸.
앞으로 5학년은 맡지 않을 것이다.
현대사를 배울 때
" 선생님, 독재자였던 그 분의 딸이 지금 대톨령이라는데 맞나요?" 라고 아이들이 물어오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
어제 초등교사들이 자주 애용하는 사이트에 가보니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아주 많으셨다.
나만 이렇게 허탈한 게 아니구나 싶어 조금 위로를 받았다.
다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씀들이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말이다.
당분간 이 참담함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