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른 글씨 쓰기 대회> 하였다. 예전에는 주로 <경필 쓰기>라고 하였는데 이번에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 낱말이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다고 판단되어 우리 학년에서 알아서 고쳤다. 그런데 괜찮은 것 같다.
상의 등급 없이 각반에서 우수작 5편을 골랐고, 방송실 가서 대표 상장을 받아야 할 아이를 정하는데 그래도 그 아이는 대표성을 띄는 것이므로 글씨를 아주 잘 쓰는 아이를 추천하기로 하였다. 거기서 우리 반 남자 어린이가 뽑혔다. 다른 반 선생님들이 이 어린이의 글씨를 보시더니 이구동성으로
" 체본이랑 똑 같다. 이거 1학년 글씨 맞아?" 하셨다.
이 친구는 일년 내내 글씨가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다.
다른 애들은 10칸 공책만 정성껏 쓰는 반면에 이 친구는 모든 공책 글씨가 동일하다. 나는 글씨가 바른 것도 칭찬하지만 바로 그 점을 더 칭찬하고 싶다. 알림장, 공부공책, 일기장, 받아쓰기, 교과서 등등. 모든 글씨체가 똑같다는 점 말이다.
1학년을 여러 번 맡아봤는데 이 아이처럼 잘 쓰는 아이는 본 적이 없어서 기념으로 그 어린이의 글씨를 기록으로 남겨 본다.


갈수록 손 글씨에 대한 중요성이 줄어드는 시점에, 덩달아 글씨 쓰기 대회도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글씨를 바르게 정갈하게 정성 들여 쓰는 것이 좋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컴퓨터 만능 시대라고 하지만 손글씨를 써야 할 때도 있고, 손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배우 장동건 씨의 손글씨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남자 글씨임에도 엄청 이쁜 걸 보고, 그 사람이 대강대강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소문대로 책도 많이 읽고, 꼼꼼하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손글씨를 잘 쓰는 분들이 대부분 팔방미인들이 많이 계시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교장 선생님께서도 가끔 손글씨를 정성 들여 쓴 편지를 주시곤 하시는데 진짜 글씨가 예술이다. 그 편지를 받고 나선 매번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만약 삐뚤삐뚤한 손글씨였다면.... 아마 그랬다면 손글씨로 쓰시지 않으시고 워드로작업을 하셨겠지.
물론 이 어린이가 자라면서 몇 차례 글씨 형태가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동건처럼 어른이 되어도 반듯반듯 정갈한 글씨를 유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글씨가 그 사람 전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사람의 일부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런 글씨를 쓰는 어린이라면 뭐든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성심성의껏 하는 아이일 거라고 누구든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