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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왕자와 가디언즈의 탄생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58
윌리엄 조이스 글.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이런 경험 해 본 적 있으시죠?
혹은 여러분의 아이들이 그랬거나요...
헬륨 가스가 가득 든 풍선을 그만 놓쳐버리고
하늘 높이 자꾸만 올라가는 풍선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런 경험 말이죠...
그 때, 혹 그 풍선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던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저는 정말 저 높이 날아 올라가는 풍선이 어디로갈까 궁금했었습니다.
그 궁금증을 드디어 풀게 되었네요.
한 권의 그림책에서...
그 놓쳐버린 풍선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그건 여기 있었습니다.
또 한 명의 외로운 이에게 다정한 친구의 존재를 전하며...
저, 아기 같아 보이는 사람은 달빛왕자 랍니다.
우주의 악당이자 악몽의 신, 피치에게 그만 부모님을 모두 잃고
홀로 달 모양의 우주선 '문 클리퍼호'를 타고 우주를 하염없이 방랑하고 있는
외롭지만 마음씨만은 그 누구보다 착한 인물이지요.
달빛왕자는 그 넓은 우주에 자기 혼자만 있는 줄 알고 심심하고 외로웠는데
마침 지구로 부터 날아온 이 풍선들로 인해 지구에 자기와 같은 아이들이 있음을 알게 되고
또 그 풍선에 담긴 아이들의 소망과 꿈을 듣게 되어
(그림에서 달빛왕자가 나팔관 같은 것을 들고 풍선에게서 아이들의 소망과 꿈을 듣고 있는
거 보이시죠?)
지구로 가서 아이들의 소망과 꿈을 지켜줄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악몽의 신 피치가
다시는 자기와 같은 비극을
아이들에게 가져다주지 못하도록...
그렇게 외롭던 달빛 왕자가 지구로 부터 흘러온 풍선에 담긴 아이들의 소망과 꿈들을 듣고
아이들을 지켜주려 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번에 나온
윌리엄 조이스의 그림책, '달빛왕자와 가디언즈의 탄생'에 담긴 이야기랍니다.
네, 바로 이 책이죠.
그리고 커버를 열면...
짜잔!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왼쪽의 구름 날개가 달린 우주선이 바로 달빛 왕자가 타고 다니는 문클리퍼호 랍니다.
그런데 달빛왕자는 어떻게 아이들의 소망과 꿈을 지켜줄까요?
무엇보다 어둠과 악몽을 몰고다니는 신, 피치로 부터 말이죠.
달빛왕자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어둠을 물리쳐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밤의 어둠이야 말로 아이들을 두렵게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달빛왕자는 결심을 합니다.
자신의 우주선을 어떤 어둠에도 굴하지 않는
환한 달로 만들어 아이들을 악몽과 절망에 빠지도록 만드는
어둠으로 부터 지켜주겠다고...
그래서 우리들에겐 저렇게 환한 달이 생긴 것이랍니다.
아이들이 어둔 밤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편하게 마음껏 행복한 꿈의 나라로 갈 수 있도록...
하지만 슬프게도 달은 항상 환한 보름달로 있을 수 없어요.
지구가 스스로 돌기 때문이죠.
어떤 쪽은 보름달이 될 때라도 또 어떤 쪽은 초승달이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달빛이 충분히 밝지 못하는 곳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럴 땐 어찌해야 하나요?
달빛 왕자는 또 고민에 빠졌고
결국은 하나의 해답을 찾아 내었습니다.
달빛이 약해질 때, 그 달빛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지켜줄 존재를 말이죠...
그렇게 지구를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네 명의 요정들...
그들이 바로 '가디언즈(우리 말로는 '수호자들'이겠죠.)' 입니다.
바로 이 네명의 요정들이죠...
딱 보기에도 낯익은 요정 한 분이 보이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타 클로스는 사실 가디언즈였던 것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산타 클로스가 어떻게 달빛 왕자에 의해서 가디언즈가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
그것은 윌리엄 조이스의 다른 책에 나오는데요.
바로 이 책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책은 그림책이 아닙니다. 소설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북쪽 땅에서 쌍검으로 용감무상했던 귀족 니콜라스가 악몽의 왕 피치와 맞서 싸우면서 재물 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더욱 가치있는 것임을 깨닫고 달빛 왕자에 의해 스스로 가디언이 되어 산타클로스 '놀스'로 되어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왼쪽 맨 가장자리에 있는 녹색 옷을 입은 여자 요정,
즉 아이들의 빠진 이빨은 가져가는 이빨 요정 '투스' 어떻게 가디언즈가 되었는지 역시도 다른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투스 옆에 서 있는 부활절 토끼, '버니' 역시도 말이죠.
표지에 버니 뒤로 죽 줄서 있는 부활절 달걀 아이들을 보니 다시 영화에서 부활절을 맞아 줄지어 세상으로 행진해 나가는 장면이 다시금 생각나네요.
후후.. 정말 귀여웠던 달걀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과 버니가 어떤 관계며 또 어떻게 달빛왕자의 가디언즈가 되었는지 알려면 저 책을 읽어야 합니다. 네, 물론 영화에는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원작자 윌리엄 조이스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징'의 방법으로 달빛왕자와 가디언즈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그림책으로, 소설로 그리고 영화로 이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고 확장될 만큼 이 이야기는 사실 방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처럼 대서사시인 셈이죠. 그래서 윌리엄 조이스는 아예 총칭해서 부르는 이름까지 정해놓았습니다.
THE GUARDIANS OH CHILDHOOD 라고...
이번에 '달빛왕자와 가디언즈의 탄생'과 같이 발간된,
잠을 오게 하고 달콤한 꿈을 꾸게 만드는 요정인 샌드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 '가디언즈와 잠의 요정 샌드맨'도
그리고 이번에 드림웍스에서 만든 3D 애니메이션 '가디언즈'도
그 '유년기의 수호자들(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의 일부분인 것이죠.
네, 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이번에 나온 영화 '가디언즈'는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작품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독립적인 이야기입니다. 일련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인 것이죠.
'가디언즈'는 이제는 아이들에게 그 존재감이 거의 잊혀진 눈의 요정
'잭 프로스트'가 주인공인 영화인데,
그렇다고 원작자 윌리엄 조이스가 영화를 위해 새로이 이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이미 윌리엄 조이스가 잭 프로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해 놓았었고 그걸 가장 잘 표현할 수단으로 영화를 선택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유년기의 수호자들'의 첫 작품, 그림책인 '달빛왕자와 가디언즈의 탄생'에 이미
그 가디언즈의 일원으로 '잭 프로스트'가 나오기 때문이죠.
물론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만으로...
아마도 윌리엄 조이스는 이 잭 프로스트의 이야기로 '유년기의 수호자들'을 일단락시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일련의 이야기를 염두에 두셔야 왜 하필이면 정리하는 격의 작품에서 잊혀진 존재로서의 '잭 프로스트'가 나왔는지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지(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는 말하지 않을게요.) 제대로 이해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영화의 이야기는 시리즈 중에서 가장 독특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은 존재감이지워져 버린 잭 프로스트 때문이죠. 바로 그 잊혀진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잭 프로스트는 자신이 왜 이 곳에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끊임없이 알고자 합니다. 바로 이것이 독특한 점입니다. 지금까지 가디언즈들은 아무도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지 않았기 때문이죠.
세세하게 줄거리를 말함으로써 스포일러를 유발하지 않게 위해
단적으로 에둘러 말하자면 여기엔 성장의 요소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른의 보호만 받던 아이에서 이제 스스로 지킬 줄 알고 나아가서는 남까지 보호할 줄 아는 어른이 되는 그런 성장의 이야기가 말이죠.
영화에서 잭 프로스트가 이렇게 자신의 진정한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되는 사람이었을 때의 기억에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는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또한 그래서 마지막에 아이들 모습도 그렇게 묘사된 것이죠.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영원히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결국 아이들도 자라고 어른이 되니까요.
그러므로 진정한 수호란 마냥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서서 자신과 타인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며 그래서 잭 프로스트는 그렇게 묘사되었으며 영화는 이러한 잭 프로스트를 통해 주제를 충실히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영화는 재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윌리엄 조이스는 애니메이터 출신이기도 하죠. 픽사의 최고작으로도 손꼽히는 '토이 스토리'의 메인 캐릭터들이 바로 윌리엄 조이스의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 윌리엄 조이스였기에 시리즈를 일단락 시키는 것으로 애니메이션을 가져온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네요. 흔히 말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의 액션과 폭소를 터뜨릴 수 있는 유머까지 적절하게 배합되어 상영시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렇게 잭 프로스트를 끝으로 '유년기의 수호자들'이 일단락 되는군요.
다음엔 또 어떤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가디언즈'의 역사가 쓰여질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빨리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어요.
추신 1 : 본인은 사정상 영화를 보지 못하고 남편이 대신 봐서 이 리뷰는 부득이 남편이 쓰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본 사람이 써야 책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부탁을 했어요. 이 점 양해해 주세요.
저한테서는 이런 리뷰가 나올 수 없으므로 미리 밝혀 둡니다. 저는 아깝게 시사회를 놓쳐 수퍼남매와 조만간에 보러 가야되겠습니다. 남편이 보고와서 무지 재밌고, 감동적이라고 하네요. 하여튼 그림책 2권의 내용도 궁금해서 구입해야 할 듯해요.
추신 2 : 어제 5교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오랜만에-그동안 목이 아파서-이 책을 읽어 줬어요. 아주 폭발적인 반응이 왔어요. 책을 많이 읽어 줬는데도 아이들 눈이 그렇게 초롱초롱 빛나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개봉에 맞춰 책이 나오는 바람에 양쪽 다 시너지 효과를 톡톡하게 받을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