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바의 꿈 올챙이문고 저학년동화 15
조소정 지음, 김동훈 그림 / 청개구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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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니 길바닥에 얼음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영하로 내려간 모양입니다. 워낙 추위를 잘 타는 나는 겨울이 가장 힘들어요. 하지만 입을 것, 잘 것 걱정하는 이웃들에 비하면 얼마나 윤택하게 살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 쪽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이 굶주림 속에 죽어가고 있고, 전쟁 중에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얼음이 얼 정도로 추워졌으니 이제 곧 있으면 구세군 자선 냄비가 나올 것이고, 연말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할 것이며, 아나운서들이 가슴에 빨간 열매를 달고 진행하는 모습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웃을 돌아보는 일들이 연중행사처럼 되어 버린 점이 많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일년 내내 한 번도 생각 안하는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더 낫지 않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해마다 학교로 오는 크리스마스 씰이나 불우 이웃 돕기 성금 관련 통신문이 나가면 아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습니다. 왜냐하면 교사가 취지를 잘 말해야 아이들의 호응도가 높거든요. 그려면 내 말에 감화감동 받은 아이들이 부모님을 졸라서 크리스마스 씰도 사고, 성금도 내곤 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해마다 저의 말에 감동 받아 협조를 잘해주었습니다. 물론 그게 자발적이고, 지속적이라면 더 좋겠지만 한 번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기회가 많이 오지는 않더라고요. 평소에 후원을 잘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연말연시에 이런 이웃 돕기 행사들이 몰려 있어서 이런 기회들이 아니면 일 년에  한 번도 이웃 돕기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을 도울 기회가 올 때 평소에 돈도 잘 쓰고, 군것질도 잘 하던 아이들이 끝까지 아무 것도 안 할 때는 교사로서 또 배신감을 느끼곤 합니다. 군것질 하고 pc방 갈 돈으로 좀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사용하지......그런 아이들에겐 나의 백 마디 말보다 감동을 주는 그림책 한 권이 오히려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고통 받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을 함께 읽어보고 나누면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책으로도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 소개할 책은 창작동화입니다. 주인공은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쿰바라는 아이이고,쿰바를 둘러싼 친구, 후원자의 이야기들이 4꼭지로 나와 있어요.

 

탄자니아.... 나조차도 아프리카 어딘가에 있다고만 상상이 되지 정확한 위치 및 그 나라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어요. 나도 그런데 하물며 아이들이야 더 하겠지요.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쿰바는 에이즈로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과 함께 영양실조 상태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살고 있어요. 이 책은 그런 쿰바가 불쌍해서 자신들도 먹을 것이 모자란데 당장 죽을 것 같은 쿰바와 쿰바의 동생 쿠니를 위해 먹을 것을 갖다 준 쿰바의 학교 친구 레티아, 그리고 멀리 서울에서 탄자니아 아이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우물 파기 후원을 하기로 결심한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를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돕게 된 손녀  하진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지금 서울 하늘 아래, 따뜻한 온풍기가 있는 교실에서, 무상 급식을 먹는 우리 아이들이 쿰바와 레티아처럼 매일 매일 먹을 게 없어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을 알 리 없을 거예요. 생일 선물로 "물 마음껏 먹기"를 바라는 레티아의 마음, 축구는 좋아하지만 정작 축구공을 본 적도 축구화를 신어 본 적도 없는 쿰바의 마음, 너무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엎어져 잠을 자는 쿰바의 친구들의 마음, 그렇게 쓰러져 잠을 자는 아이들을  차마 깨우지 못하는 선생님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은 아이와 안 읽은 아이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이웃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게 다르지 않을까요?  그리고, 계속해서 쿰바 같은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우리도 하진이와 할머니처럼 그들을 도울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쿰바의 꿈이 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이런 바슷한 말이었어요. 그래서 연대가 필요한 거겠죠.

 

쿰바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사 주는 거예요. 작가님께서 인세를 모두 탄자니아 우물 파기 사업에  쓴다고 합니다. 이웃을 돕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 당장 하는 거예요. 이 추운 겨울이 더 추운 이웃들이 있어요. 그들에게 따뜻한 난로가 되어 주세요. 그리고 생일 선물로 물을 바라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들에게 물 한 모금을 선물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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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11-22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요즘 저희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가슴아픈 영상들이 너무 많아요.
많아서 기부하는 것이 아닌데, 모금 할 때면 넉넉한 아이들이 더 인색할 때 슬퍼지더라구요.
이 책이 많이 팔리면 좋겠어요.
저부터라도 하나 사야겠어요.
저는 아침독서에서 받았거든요.

수퍼남매맘 2012-11-22 14: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군것질은 시도 때도 없이 하면서...
이웃들 돕는 이런 일에는 본 체 만 체 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쏴아 해져요.
꼬맹이들에게 읽어줘야 하는데 계속 목감기로 목상태가 안 좋아 못 읽어주고 있네요.
대강의 줄거리만 이야기해줬어요.
선생님도 건강하세요. 우린 목이 건강해야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