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사서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2
가와하라 마사미 원작, 우메다 슌사쿠 글.그림, 고대영 옮김 / 길벗어린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최초 휠체어를 탄 사서가 된 가와하라 님이 글을 쓰고, <모르는 척> 작가가 그림을 그린 책이다. 3일 동안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읽어 줬는데 혹시나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약간 염려가 되었지만-저학년은 감동적인 이야기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아이들도 가와하라 사서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어서인지 "감동적"이라고 느낌을 말하니 다행이다.

 

이 책은 4세 때 큰 병에 걸려 다리가 휘게 되어 17년간 병원과 복지시설을 전전하다 일본 최초로 장애인 사서가 된 가와하라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다. 셋이 합해야만 수학 점수가 100이 되는 말썽꾸러기 삼총사 마사후미, 이치로, 겐타는 장난 삼아 들른 시립 도서관에서 휠체어를 탄 가와하라 사서를 만나게 된다. 다짜고짜 휠체어를 타고 싶다는 꾸러기들에게 자신의 휠체어를 빌려 주는 사서, 자신의 휘어진 손과 발을 만져도 야단 치기는 커녕 오히려 만져 보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해 주는 친절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와하라 사서 때문에 꾸러기들은 서서히 변해 간다.

 

개그콘서트 코너 중에 친구를 곤란에 빠뜨리는 말만 하는 그 먈썽쟁이 두 친구가 떠올랐다. 코너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머리를 쥐어 짜면서 할 말은 하고 마는 그 꾸러기들. 이 책에 나오는 꾸러기들도 가와하라 사서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하고 싶은 일을 다한다. 그 모습이 진짜 순진한 어린이답다.  그런 꾸러기들을 만났던 경험을 사서는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학교에서는 매일 선생님께 혼 나고, 친구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삼총사였을 게다. 그러니 자존감이 당연히 낮았을 테고....그 꾸러기들이 가와하라 사서를 만나면서 자신을 진정 소중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그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가와하라 사서는 본인 스스로 그 힘든 시기를 버티면서 깨달았을 것이고,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그 꾸러기들에게도 " 난 소중한 존재야" 라는 아주 중요한 진실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마지막 부분 가와하라 사서를 기마 태우듯이 태우고 화장실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아이들은 가장 좋았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재미있고 유쾌한 장면을 뽑는다. < 별을 관찰하는 모임> 행사가 마쳐질 즈음, 사서 아저씨한테 이상한 기미를 눈치 챈 꾸러기들은 사서 아저씨가 볼 일이 급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도서관에만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어서 거기까지 가서 볼 일을 봐야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사서는 덤불로 가자고 제안한다. 이들은 사서의 옷도 벗겨 주고, 팬티도 내려 주고 , 아저씨가 혹시나 창피할까 봐 눈까지 감아준다. 이 장면 읽어 줄 때 아이들이 " 으~ 변태 " 하며 난리가 났다. 그 꾸러기들이 이렇게 배려심 많은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볼 일을 보면서 넷은 하늘의 수많은 별도 보고,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듣고, 떨어지는 별똥별도 보게 된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중학교 때 섬으로 수련회 갔을 때 바로 눈 앞에 떠 있는 것처럼 가깝게 보이던 수많은 별들이 생각난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우리 수퍼남매에게도 경험시켜 줘야 할 텐데.........별이 바로 코앞에 있는 그 기분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직접 체험하는 수밖에.

 

" 여러분도 별똥별 본 적 있어요?" 하니 여러 아이들이 " 네 . 시골 가서 봤어요 " 한다.

수퍼남매는 아직 본 적이 없는데....  그 경험을 하려면 이번 겨울에는 공기 맑은 시골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얘들아, 너희들도 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은 존재란 걸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

 

가와하라 사서가 책을 읽어 주고 나자 꾸러기들이 "뭉클했다" 며 자기 느낌을 말하니 사서가 " 정말 기쁘구나!" 한 것처럼

나도 책을 읽어 줄 때 별처럼 눈을 반짝이면서 듣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그런 기분을 느낀다. 물론 간혹 가다 방해를 하고, 딴짓을 하는 꾸러기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롱초롱 눈망울로 듣고나서 "감동적" 이라고 말해 줄 때 나 또한 기쁘다.

 

우리나라에도 휠체어를 탄 사서가 계실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안 나온다. 보조는 있지만 정식 사서는 없어 보인다. 학교 사서 선생님께 문의해 봐야지. 몇 시간이 흘렀다.

 

사서 선생님께 여쭤 보니 본인이 아는 한 공공도서관에 정식 사서로 계시는 장애우분은 없다고 한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장애우 처우에 대한 차이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일선 학교에 도서실이 거의 99% 세워졌지만 정식 사서 자격증을 가진 분들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대부분이 기간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나라는 도서관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사서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혹 이 리뷰를 읽고, 가와하라 사서처럼 우리나라에도 현재 장애우지만 사서를 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것을 들어 보거나 자료를 보신 분은 댓글 달아 주세요.  세실 님이 잘 알고 계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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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11-10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인가요? 이 책의 제목이 요즘 자주 눈에 박힙니다.

수퍼남매맘 2012-11-10 15:47   좋아요 0 | URL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희망찬샘 2012-11-13 06:43   좋아요 0 | URL
1학년 교실을 떠나니 그림책은 잘 안 사게 되네요. 우리 아이들도 크고 보니까 더더 그래요. 제목 잘 기억 해 두었다가 도서관 책 신청할 때 꼭 넣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