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반은 2학기부터 매일 수학문제집을 한 권 정하여 2쪽씩 푸는 숙제가 있다. 가정에서 풀고, 학부모님이 채점하신 걸 나는 1달에 한 번 검사를 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굳이 사교육, 선행학습 없이도 문제집을 열심히 푸는 습관만 잘 들이면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음을 우리 딸과 여러 아이들을 교육한 경험으로 알기에 작년부터 이런 숙제를 내 주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이 사립에 계실 때 이 방법을 쓰셨다는 말을 듣고 작년에 해 보니 아이들의 수학 실력이 향상되었다.

 

그런데 오늘 청소를 오신 어머니들께서 어제 문제집을 2쪽이 아니라 8쪽을 푸느라 아이들이 힘들어했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 ' 우째 그런 일이.... 뭔가 말이 와전되었나 보다' 어제 문제집 가져 오라는 말을 하다가 "시계까지 풀어 오세요." 라는 말을 우리 똘똘이들은 끝까지 풀어 오라는 말로 알아 듣고,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라 다섯 명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러니 맞구나 싶어서 8쪽을 풀리느라 12시까지 잡고 있었단다. 내가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 탓이니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많이 미안하다. 저학년은 세세한 것까지 정확하게 말해 줘야 하는데.... 끝까지 풀어 온 아이가 절반이다. 몇 명은 앞 단원도 다 못 푼 아이도 있고. 끝까지 풀어 온 아이들은 얼마나 지난 밤에 수학과 씨름하느라 고생했을까?  " 얘들아, 선생님이 미안해. 정확하게 말해줬어야 하는데" 어머니들께도 다시 한 번 그런 상황이 생기면 나한테 전화나 문자를 해 주시라고 부탁 드렸다.  아이들도 힘들고, 부모님도 힘들고.....

 

 

2. 청소 오신 어떤 학부모님께서 학급 전체 방석을 준비해 주셨다. 아이 아빠께서 천과 관련된 일을 하신다고 하시는데 아무리 관련된 일을 하시더라도 이런 마음 갖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어제부터 난방을 가동하고 있지만 아침에 등교해서 의자에 앉으면 냉기가 느껴진다. 아이들의 그 마음을 헤아리시고 이렇게 준비를 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파스텔톤의 예쁜 방석이 있으니 교실 분위기가 업 된다. 난방기도 나오고, 폭신한 방석도 있으니 월동 준비 끝~ 월요일에 아이들이 방석을 보면 무지 좋아할 것 같다. 남자는 연두색, 여자는 분홍색. 다른 반 선생님과 독서동호회 선생님들이 보시더니 교실이 환해졌다고 말해 주신다.  색이 무지 고와서 앉기에 아까울 정도다.

 

 

3. 나도 교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어제 아이들 하교 시키고 나서 알라딘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주문하였다. 수업 시간에 항상 우리 교실에 오시는 택배 기사님께서 택배 상자를 전해 주시고 가셨다. 아이들에게 책을 하나하나 보여주니 눈들이 반짝 거린다. 왜냐하면 도서실에도 없는 신간과 귀한 책들이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친구들부터 빌려 준다고 하였다. 어떤 때보면 수퍼남매보다 교실 아이들을 더 챙길 때가 있다. 울 아들은 호첸플로츠1도 아직 못 봤는데.....이 사실 알면 수퍼남매가 서운해 할 지도 모른다. 송언 선생님의 책과 <모르는 척>작가의 신간 <휠체어를 탄 사서>가 기대된다.  점심 시간에 잠깐 <휠체어를 탄 사서>를 읽었는데 중증장애를 가진 남자 사서와 말썽쟁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4. 아침에 어떤 여자 아이 한 명이 포장된 선물을 하나 들고 왔다. 어제 선생님 생일인데 못 줘서 오늘 가져 왔다면서 말이다. 포장은 언니가 해 줬단다. 언제나 궁금한 것을 용기 내어 물어 보는 조용하지만 야무진 아이이다.  포장을 살펴보니 앞면에 하트 보석도 붙였다. 선물을 풀러 보니 카누 스틱 커피가 들어 있다. 내가 원두 커피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1학년 아이들이 어쩌면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까?

 

5. 매달 자리를 바꾼다. 원칙은 제비뽑기이고, 한 번 앉은 아이는 다시 제비를 뽑을 기회를 준다. 먼 발치서 볼 때는 잘 모르다가 직접 짝이 되어 살아 보면 아이들도 누가 인간성이 좋은지 나쁜지 당장 안다.  4교시 한자 검사를 맡은 순서부터 자리를 뽑기 시작하는데 자리를 뽑으면 그 때부터 왁자지껄 난리가 난다. 누가 짝이 되나 관심이 엄청 많다. 어른들도 물론이지만 저학년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강하다. 모둠 친구들을 잘 만나 승승장구 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제 짝 바꿀 기회도 단 한 번 남았다. 11월에 만난 짝, 모둠 친구들과 매일 행복한 나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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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11-04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훌륭하셔요.
방석을 보니, 초임 6학년 교실이 생각납니다. 책상이 얽어 엉망이라 옆반 어머님들이 책상에 장판을 깔아 주셨거든요. 교실이 환해 보이더라구요. 그게 너무 부러워 보여서 저 혼자 장판집 가서 낑낑거리며 장판 사서 아이들 책상에 다 잘라 줬다는 거 아닙니까! 자리 이동하면서 장판도 가지고 가라했는데, 그래도 결국 너덜거려 후배들 교실에 물려주지는 못했어요.

수퍼남매맘 2012-11-04 13:48   좋아요 0 | URL
혼자서 장판 까시고 그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책상에 장판을 깔면 칼질도 할 수 있겠네요.
책상에 장판 깔기는 처음 들어요.
제가 훌륭한 게 아니라 저희 반 어머니들이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