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에게 <행복한 두더지>를 읽어주려고 회전의자를 잡아 끌다가 그만 전선이 당겨져 오는 바람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와장창 깨지고, 떨어지고 난리가 났다. '나중에 청소하자 ' 마음 먹고 일단 책을 먼저 읽어 줬다.
아들이 부상으로 받은 책 중의 하나인데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판화로 그려지고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 숨겨져 있어서 참 흥미롭게 읽었다. 교실의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서 집에서 가져왔다.
다 읽어 주고 나서 아이들에게는 우유를 먹으라고 하고, 혼자서 떨어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줍고 있는데 김@@가 쓱 오더니 " 제가 도와줄까요?" 하며 떨어진 물건들을 같이 줍는다. 또 이어 저 뒷쪽에 앉은 이@@가 오더니 ' 나도 도와줄까' 하며 혼잣말처럼 말하더니 함께 물건을 주웠다. 셋이 하니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이쁜 녀석들!!!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정말 착한 일을 했다면서 칭찬을 왕창 해 주었다. 부모님께도 포스트잇에 선행을 적어서 알림장에 끼어 보내 드렸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바른생활, 도덕 시간에 배운 것들을 매일매일 한 가지씩만이라도 실천하면 좋겠다. 1학년은 이렇게 착하고 이쁜데 왜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의 인성이 파괴되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궂은 일에 앞장 서는 아이가 꼭 한 두 명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정말 마음이 포근해진다. 작년에도 공부는 꼴등인데 친구 도와주기는 일등인 여자 아이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거짓말과 남의 물건에 가끔 손 대는 버릇 때문에 혼을 내기도 하였지만 궂은 일에 매번 앞장서는 그 아이를 보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곤 하였다. 2학년이라서 구구단 외워야 할 텐데 잘하고 있을까 여전히 남을 잘 도와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