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에게 <행복한 두더지>를 읽어주려고 회전의자를 잡아 끌다가 그만 전선이 당겨져 오는 바람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와장창 깨지고, 떨어지고 난리가 났다. '나중에 청소하자 ' 마음 먹고 일단 책을 먼저 읽어 줬다.

 

아들이 부상으로 받은 책 중의 하나인데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판화로 그려지고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 숨겨져 있어서 참 흥미롭게 읽었다. 교실의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서 집에서 가져왔다.

 

다 읽어 주고 나서 아이들에게는 우유를 먹으라고 하고, 혼자서 떨어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줍고 있는데 김@@가 쓱 오더니 " 제가 도와줄까요?" 하며 떨어진 물건들을 같이 줍는다. 또 이어 저 뒷쪽에 앉은 이@@가 오더니 ' 나도 도와줄까' 하며 혼잣말처럼 말하더니 함께 물건을 주웠다. 셋이 하니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이쁜 녀석들!!!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정말 착한 일을 했다면서 칭찬을 왕창 해 주었다. 부모님께도 포스트잇에 선행을 적어서 알림장에 끼어  보내 드렸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바른생활, 도덕 시간에 배운 것들을 매일매일 한 가지씩만이라도 실천하면 좋겠다. 1학년은 이렇게 착하고 이쁜데 왜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의 인성이 파괴되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궂은 일에 앞장 서는 아이가 꼭 한 두 명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정말 마음이 포근해진다. 작년에도 공부는 꼴등인데 친구 도와주기는 일등인 여자 아이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거짓말과 남의 물건에 가끔 손 대는 버릇 때문에  혼을 내기도 하였지만 궂은 일에 매번 앞장서는 그 아이를 보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곤 하였다.  2학년이라서 구구단 외워야 할 텐데 잘하고 있을까 여전히 남을 잘 도와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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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1-0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아이들이네요.
저렇게 심성이 바르고 이쁜 아이들을 교육이 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슬퍼요.ㅜ

수퍼남매맘 2012-11-02 14: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려심도 커지고 이타심도 생겨야 하는데
이건 거꾸로 가니...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012-11-02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2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2-11-04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중에서도 훌륭한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희망양 목표가 우리 반 *영 언니처럼 크는 거지요. 날마다 친구 책상에 우유 배달해주는 친구도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그런데, 꾸러기들 쳐다 보느라 그 아이들 쳐다 볼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요. 1학년은 정말 이쁜 아이들이더라구요. 순수한 영혼~ 2학년까지도 그게 좀 가는 것 같아요. 찬이를 보면. ㅋㅋ~

수퍼남매맘 2012-11-04 13:58   좋아요 0 | URL
정말 마음이 이쁜 아이네요.
5년 전에 저도 6학년 할 때 몇 아이 빼고는 6학년도 참 심성이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개인차이겠지만 아이들이 타인을 돌아볼 그런 여유조차 빼앗는 구조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저학년은 고학년에 비해 학습량도 적고,학원도 적게 다니고, 그러니 스트레스나 부담감이 없는 반면에
고학년은 학습량도 많아지고, 학원도 많이 다니고, 책 읽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러니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