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이 귀 빠진 날이다. 매년 즉석 미역국으로 생일상을 차려 준 남편이 이번에는 결혼 12년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 아침을 차려 주었다. 지난 번에 국거리 감을 사오는 걸 보고, 어젯밤에 또 다시 제대로 된 미역국을 끓여 준다고 결심을 표명할 때도 긴가민가 했는데 아침, 남편이 손수 끓여 준 제대로 된 쇠고기 미역국을 먹고는 완전 100% 감동하였다. 남편과 나는 연애할 때부터 기념일이면 꼭 대판 싸우는 징크스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징크스를 깰 수 있으려나? 하여튼
" 여보, 고마워요!!! "
2. 어제보다 더 바람이 강해지고, 온도가 내려간 날씨이지만 그래도 생일날이니 오랜만에 스타킹을 신었다. 예전 처녀 때 기분으로 멋을 좀 부렸다. 역시 스타킹 신으니 다리가 썰렁하고 춥지만 하루만 참자 하며 출근을 하였다. 그런데 여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손에 뭔가가를 가지고 와서 주는 거였다. 알고 보니 내 생일이라고 케익, 자신이 만든 한지 공예, 꽃, 초콜릿 , 비타민등을 선물로 가져 온 것이다. 어제 잠깐 수학 시간에 시계 공부하다가 " 얘들아, 우리가 오늘 밤 자는 사이에 날짜가 바뀌어서 11월로 넘어가는 거예요. 진짜 신기하지? 왜 하필 자는 동안에 날짜가 바뀌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내 생일이네!" 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해마다 아이들이 내 생일을 물어 보면 " 몰라 "라고 대답하면서 신비주의를 표방했는데 어제는 공부하다 얼떨결에 말이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다시 한 번 아이들 앞에서 말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을 기억하고 이렇게 정성 가득한 선물을 준 학부모님과 어린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요즘 목 상태가 별로이긴 하지만 어린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청소부>란 책을 열심히 읽어 줬다.
3.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언젠가부터 귀 빠진 날은 부모님이 먼저 생각난다. 아마 나도 엄마가 되고나서 부터일 게다. 엄마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드리니 엄마가 기뻐하신다. 막내딸이긴 하지만 워낙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주창하는 스타일이라 부모님은 이제 소식이 없어도 그런가 보다 생각하신다. " 엄마, 낳아 주셔서 고맙다고 전화했어요. " 하자 엄마는 " 내가 있다 저녁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 미역국이라도 얻어 먹었는지..." 하신다. 자랑스럽게 " 응, 애들 아빠가 쇠고기 미역국을 아주 맛있게 끓여 줬어요. " 하고 자랑하자 좀 마음이 놓이시나 보다. 울 엄마에게는 아직도 내가 초등학생처럼 보이나 보다. 부모에게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이인가 보다. 나도 나중에 수퍼남매가 장성해도 그렇겠지.
4. 3교시에 아이들에게 <행복한 청소부>를 읽어 줬다. 워낙 유명한 그림책이라 읽은 아이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지 않아 어제 <행복한 두더지>에 이어서 같은 맥락으로 읽어 줬다. 예전에도 읽었지만 다시 읽어 보니 더 감동적이다. 이것 또한 생일날 무슨 우연 같지 않은 필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대화한다면 좋을 듯하다. 그림책 치고는 글밥이 꽤 많은데 다 읽어 주고 나서 " 그런데 얘들아, 혹시 청소부 되고 싶은 사람 있어요?" 하자 2명의 남자 어린이가 손을 든다. 작가의 진정성이 통했나? 지난 번 독서운동가가 이 책을 다 읽어 준 부모들이 애들이 감동 받아서 " 엄마, 나도 이 다음에 이 아저씨처럼 훌륭한 청소부가 될 거야. " 하면 완전 실망한 기색으로 " 아니, 얘야, 이 책의 주제는 그게 아니지. 열심히 공부하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하면서 거짓을 늘어놓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책이 훌륭한 것은 청소부가 엄청난 공부를 하여 지식이 쌓이고, 교수가 되달라고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그대로 자신이 하던 표지판 닦는 청소부로 남는 것인데 말이다. 행복한 청소부를 다시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거북이처럼 느리더라고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갈 것이다. .
5. 책에 나온 독일 작곡가 글루크, 모짜르트. 베토벤 등의 음악도 들려 줬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지휘도 하고, 베토벤의 레퀴엠을 들으면서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예쁘다. 행복한 청소부처럼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싶거나 듣고 싶으신 분을 위해 유용한 사이트를 소개한다. 음악과 연수를 듣던 중에 강사님께서 클래식 음악을 마음껏 로그인 없이 들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셨다. 자신의 감정 상태별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쫙 소개되어 있어서 여러 모로 유용하다. 오늘도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작곡가별로 음악을 들려 주었다. 책만 읽고 덮지 말고, 이 책 속에 나온 작곡가나 작가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고 노력하면 더 살아 있는 교육이 될 것 같다. 작곡가 부분은 자신 있는데 독일 작가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아서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이제 2개월 남았다. 아자 아자 파이팅!!!
클래식을 마음대로 골라 들을 수 있는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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