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울면 말이 더 잘 나오는 스타일이다.
어제도 저녁에 아빠가 아들을 좀 놀렸다. 남편의 취미 생활 중 하나가 나와 아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다.
그러다가 무슨 이야기 끝에
" 니가 누나보다 더 못됐다"라는 금기어를 내뱉는 바람에
아들은 폭발하고 말았다.
" 뭐? 내가 누나보다 못됐다고?"
울 아들이 얼마나 착한데. 그런 소릴 내뱉다니.....
감기 걸려 컨디션도 안 좋은데
그런 아이를 울렸다고 나는 옆에서 남편을 흘겨 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폭발한 아들은 있는 힘껏 목청을 돋궈 아빠에게 대들기 시작하였다.
목감기라서 목을 아껴야 하는데...
정말 철부지 아빠 같으니라고.
애 열 나고 아프면 누가 밤 새서 간호해야 하는데?
울면서도 할 소리 다하는 울 아들.
아빠에게 이런 저런 말로 따지고 들더니
아빠가 마지못해
" 미안하다" 고 하자 아들이
" 약 주고 병 주냐?" 라고 말해
우리 가족은 모두 폭소하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그 말 앞뒤가 바뀌었다고 누구 하나라도 지적질을 하거나
더 웃다간 다시 한 번 폭발할 것을 우리 가족은 알기에
웃음을 꾹꾹 참느라 혼났다.
울면서도 할 말 다하고, 오히려 방언 터진 사람처럼 말이 잘잘잘 나오는 울 아들
어제 앞니가 한 개 더 빠져서 입에 커다란 창구멍이 생긴 좋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장난기 많은 아빠 때문에 폭풍 눈물과 폭풍 방언이 터졌다.
가끔 아들이 누나와 우리 부부가 하던 말을 적재적소에 응용하여서 우리를 깜짝 놀래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