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발활동이 있었다. 본교는 2시간을 묶어 블럭타임으로 운영하는데 이게 겉에서 보기에는 좋은데
막상 해 보니 정말 힘들다.
독서부는 책을 2시간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론과 실제는 이렇게 다를 수 있음을 알았다.
전임지에서는 모두들 블럭으로 묶어서 운영해야지 계발활동의 효과가 높다고 나 또한 강하게 주장을 하였는데
이게 초딩들한테도 무리이고, 교사들에게도 무리이다.
교사와 아동 입장에서 2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부서는 정말 제한적이다.
난 개인적으로 담임이 담임의 특성에 맞게 하는 게 효과면에서 확실하다고 보는데
그게 아이들의 취미 및 기호를 선택하는 것을 반영하라고 해서
이렇게 운영되다 보니 이도저도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계발활동 부분은 좀 더 생각을 많이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무튼 각설하고, 우리 부서는 인원이 고작 7명인데 진짜 힘들다.
1학년 애들 데리고 4시간 수업 하는 것보다 더더더 힘들다.
애들이 말을 안 듣는다. 고작 4학년인데도 말이다.
담임이 아니라 계발활동부 선생님이라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말대답도 하고, 준비물도 안 갖추고, 불성실하다.
그래서 첫날부터 화를 좀 냈다.
7명이라도 개구쟁이 남자 아이가 5명이니, 진짜 제멋대로다.
버럭 화를 내니 좀 잠잠해졌다. 진작 그럴 것이지.
먼저 방학 전 했던 독서 서약을 잘 지켰는지 확인을 해 보았다.
그리고 방학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을 추천해 보는 활동을 하였다.
대부분 아이들이 방학 동안 읽은 책이 기억에 안 남는다며 궁시렁거려서(이런 게 힘들다. 말 잘 듣는 1학년 가르치다가
이렇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아이들을 보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
그럼, 요즘 읽은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이라도 소개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한 권씩을 추천해 주었다.
초4 아이들이 추천한 책을 모아 보면 이렇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우리 교실에 오면 책이 많으니까 분위기만 잡히면 꼼짝 안 하고 집중하여 책을 읽는다.
오늘도 한 번 버럭 화내고 나서 읽고 싶은 책 골라서 읽으라고 시간을 주니
쉬는 시간인 줄도 모르고 조용히 30분 독서를 해낸다.
그런데도 첫판에 분위기 잡는 게 안 된다. 습관이 안 되어서 그러나?
여희숙 샘께 배운 대로 책을 읽은 후 자신이 찾은 보물을 2개씩 쓰고, 하나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데
발표하는 친구에게는 사탕을 준다고 하니
1학기 내내 발표를 안 하고 개기던 친구가 드디어 발표를 하여서 노력상으로 사탕을 2개 줬더니
또 난리다. 자기들은 왜 하나만 주냐고?
그래도 독서부 아이들을 보면서 또 하나의 진리를 발견한다.
" 모든 아이들은 책을 다 좋아한다. " 는 진리 말이다.
다만 좋은 책이 옆에 있느냐 없느냐, 즉 좋은 독서환경에서 생활하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책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이가 있고, 책과 절교를 하고 지내는 아이가 있다.
1학기 내내 나의 말을 무시하고, 발표 한 번 안 하던 @@가 오늘 보물도 찾아서 쓰고, 발표도 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