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독서동호회 샘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며칠 전에 미리 방학 중 가장 감동을 주는 책 한 권씩을 소개해 주십사 부탁을 드렸고, 오늘도 메신저를 통해 동호회를 알려 드렸다. 회장은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연락지기!!!
기다리고 있으니 제일 먼저 4학년 선배님이 오시고, 뒤이어 영양사 샘, 그리고 나머지 분들이 속속 오셨다. 그리하여 오늘은 한 분 빼고 7분의 샘들이 참석하여 주셨다. 으 ~ 뿌듯하다. 일을 하다 보면 마음에는 있어도 깜박하고 놓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와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아쉬운 것은 고학년 샘들이 없으시다는 점이다. 고학년은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어서 이런 모임에도 잘 참석을 못하신다. 그나마 5학년샘은 동호회에 가입하시긴 했는데 대학원 논문 때문에 바쁘시다고....그래도 항상 빠지지 않고 열심히 오시는 정예부대가 있어서 언제나 든든하다. 샘들은 어떤 책들을 방학 동안 감명 깊게 읽으셨을까 내심 궁금하였다.
제일 먼저 2학년 부장님께서 도올의 책을 소개해 주셨다. <사랑하지 말자>라는 제목과 빨간 겉표지가 매우 자극적이다. 왜 반어적인 제목을 붙이셨을까 궁금하다. 쉽게 쓰여 있어서 어제 절반 정도를 읽으셨다는 이야기와 도올만의 독특한 시각 그리고 현정권에 대한 도올의 생각이 아주 명쾌하였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한 마디로 읽고나서 통쾌하셨다고. 현시대 석학 중의 한 분이신데 난 이 분의 책을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았다. 가끔 강의는 들어 봤지만서도 책은 어쩐지 어려울 것 같아서 섣불리 도전을 못했다. 부장님은 도올이 직접 강의하시는 것도 쫓아다니시면 듣는 열성팬이시다. 부장님이 들려 주시는 환경 이야기, 반핵 이야기도 정말 좋았다. 언제나 진지하시고 연구하시는 부장님은 정말 멋진 선배님이시다.
제일 일찍 오신 4학년 선배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다. 우리 시대 멘토 역할을 감당하는 9인의 이야기란다. 그 중 강신주 님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으셨다고 하신다. 무조건 참지 말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기지 말고, 방관하지 말고, 대화와 소통을 통하여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셨다고 한다. 이 책이 끌린다. 좌절과 절망 속에 사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에게도.
불의를 보면 분연히 일어설 줄 알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것에 항의할 수 있고, 윗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부터도 점점 나이가 드니 귀찮아서, 괜히 속 시끄러워질까 봐 참고 넘어가자 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것을 꼬집어 준단다. 그러지 말라고.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이다. 착한 것은 그냥 착한 것일 뿐 아무런 문제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점.
3학년 후배 교사는 방학 동안 본인이 좋아하는 추리소설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한다. 일본 작가라서 그리고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작가 이름을 들었는데 기억을 못 한다. 샘은 어려서 부터 추리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미사어구 없이 굉장히 직설적으로 쫙쫙 써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후배가 가져온 아이패드3에 모두들 정신이 쏠렸다. " 역시 신세대는 달라!" 후배는 동두천에서 출퇴근하면서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ebook을 읽는단다. 이럴 때 세대차를 팍팍 느낀다. 1시간 정도 걸리기때문에 본인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란다. 와! 역쉬~ 달라!!! 난 후배의 아이패드 키보드에 마음이 뺏겨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나도 그걸 사야겠다. 생각보다 키보드가 작지 않아 쓸만 할 것 같다. 아이패드와 컴퓨터를 차지할 수 없어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지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엄습하고 있다.
난 다른 샘들께 <의자 놀이>를 소개해 드렸다. 책은 빌려 줄 수 없으며-사는 게 도와주는 것이므로- 대강의 줄거리를 말씀드렸다. 몇 분은 이 책에 대해 알고 계셨다. 한 샘께서 마치 5.18때 광주가 고립되어 한 도시에 그런 일이 있는 지조차 몰랐던 것처럼 이번 쌍차 사건도 평택이라는 도시에서 국한되어 벌어져서 많은 이들이 모르는 것 같단 말씀을 하셨다. 공작가의 인터뷰처럼 실체 없는 대상 즉 헛깨비와의 싸움이라는 면에서 다른 파업들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고 그래서 더 힘든 싸움이기도 한 쌍차 문제. 한진 중공업 문제가 극적으로 잘 타결된 것처럼 쌍차도 더 이상의 희생자 없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 지금 우리가 쌍차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언제 어느 때 나 또한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동료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지도 모르고, 급기야 의자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 혼자 살기>가 아니라 <함께 살기>를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역시나 맛있는 드립 커피와 까페라떼를 준비해 오신 영양사 샘께서는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골라오셨다.
난 수필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샘은 수필집을 어려서부터 좋아하셨단다. 오늘 보니 샘들의 취향이 참 다양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방학 동안 여러 가지 조리실 일로 마음이 불편하셨는데 리조트에 잠까 쉬러 갔다가 그 곳에 이 책을 구입해서 읽으셨다고. 언제나 책을 손에서 놓치 않는 평생독자인 영양사 샘. 불편한 마음 때문에 이 책이 더 끌리지 않았을까 싶다. 방학 동안 집 앞 어린이 도서관 등을 다녀 봤으나 마음이 불편하여 책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동네 도서관들이 완전 바글바글했단다. 하도 더워서 모두들 도서관에 몰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번 여름 폭염 때문에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영양사샘 말씀에 자리에 있던 모든 샘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동감!!! 옆길로 새서 영양사샘이 준비해 오신 드립 커피가 맛났다. 2잔을 마셨다. 샘, 2학기에도 맛있는 차 부탁 드려요.
여름 방학 동안 큰 행사를 치른 2학년 샘도 이 때문에 마음이 번잡하여 제대로 독서를 할 수 없었지만 그 중에 골라오신 어린이 책을 소개해 주셨다. 나도 읽은 적이 있는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샘이 제목을 보고 예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지만 이 책이 주는 메시지 즉 나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지자는 내용에서 모두 공감을 하였다. 갈수록 개인적이 되어가고,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던지 상관 안 하고 나 갈 길 가는 요즘 세태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 아닐런지...
프랑스에 불법 체류한 중국 아이가 왕따 당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미는 프랑스인 아이 '나' 에 대한 이야기란다.
모두들 왜 이렇게 개인주의, 모르쇠로 흘러갔을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들을 너무 경쟁으로 몰아세우니 나 아닌 이웃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지금과 같은 경쟁 구도 하에서 같은 교실에 앉아 있는 친구도 친구가 아니라 내가 물리쳐야 할 경쟁자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히 관심과 사랑보다는 내가 짓밟고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밖에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덧붙여 도올도 젊은이들이 데모를 하지 않으면서부터 이 사회가 이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젊은이들이 데모를 해야 사회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단다. 스펙을 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못된 사회 구조를 ,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지금, 젊은이들이 분노하라고 앞에 언급한 책에 나와 있다고 한다. 옳소!!! 지금 대학들 보라. 예전의 학생회는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건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들었다. "분노하라 젊은이들이여! 그래야 너희들이 함께 살 수 있단다."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과연 지금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이 스펙을 쌓는 것인지 아님 이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먼저인지. 결국 그렇게 스펙을 쌓아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였다 해도 사측에 의하여 <의자놀이 >처럼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는 사회라면 어떻겠는가? 어차피 1%만 기득권이고, 나머지 99%는 노동자인 세상이 아니던가!
또 이렇게 일상을 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원전이 파괴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만에 하나라도 핵이 터지면 서울까지 위험하단다. 그래서 정말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방사능도 신경 써야지 , 쌍차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지, 이웃 사랑도 실천해야지, 환경 문제도 생각해야지 등등-는 2과 부장샘 말씀에 모두들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