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반 어린이들은 이제 아침독서는 습관이 되어 아주 조용한 분위기에서 잘한다. 진짜 잘한다. 어제와 오늘만 보더라도 여름 방학을 보내고, 2학기를 시작하였는데도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아침독서를 잘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어린이들에게 중대 발표를 하였다. 그건 바로 "아침독서 2단계 프로젝트" 이다.
아침독서 2단계는 이제 그림책에서 벗어나 글밥이 조금 더 많아진 동화책으로 넘어가도록 스스로 도전해 보는 것이다. 아이들마다 독서력 차이가 있지만 교실에는 동화책도 여러 수준별(상중하)로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울 반 어린이들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어린이들에게 왜 2단계로 넘어가는지 그 취지를 설명해 주었다. 계속 그림책만 본다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 그림책은 쉬는 시간, 도서실, 가정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지만 동화책은 그렇지 않다. 책을 특별히 좋아하는 아이이거나 가정에서 독서 지도가 잘 되고 있는 아이를 빼고는 일부러 동화책을 집어 들지는 않는다. 그러니 아침독서 시간만큼은 우리가 특별하게 더 노력을 기울여 한 번 도전해 봤음 한다고 조곤조곤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 이렇게 연습을 해 놓으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두꺼운 책들도 너끈히 읽을 만한 실력이 길러지지만 그렇지 않고 읽기 쉽다고 계속 그림책만 붙잡고 있으면 고학년 가서도 두꺼운 책은 읽어 내지 못하고 여전히 그림책 수준으로 머물러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이 정도 설명하면 우리 반 아이들은 다 이해한다.
단 도저히 동화책은 힘들어서 못 읽겠다는 어린이는 나에게 살짝 도움을 요청하면 그림책을 읽도록 허용하겠다는 것과 자신이 고른 동화책을 노력 또 노력하여 절반까지 읽어봤는데도 도저히 재미가 없다면 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뭐든지 어거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노력해 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고, 처음부터 재밌는 책도 물론 있지만-캡슐 마녀의 수리수리약국 또는 만복이네 떡집- 처음에는 재미가 별로이다가 중반부터 재밌어지는 책들이 많으니 절반까지는 읽어보려고 노력해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절반까지 읽었는데도 이 책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싶으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해 주었다.
이제 내일부터 우리 반 어린이들은 10분이 아닌 15분 동안 글밥이 좀 늘어난 동화책으로 아침독서를 할 것이다. 작년에도 2학기에 이런 식으로 운영을 했더니 아이들이 2학년 올라갈 때는 독서호흡이 몰라보게 길어지고, 독서력이 좋아진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2-3명은 도저히 독서력이 안 되어 그림책을 허용해 주었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고학년이 읽는 도서까지 읽는 아이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작년에 독서력이 좋았던 아이들은<빨강 연필>이라는 책까지 스스슥 읽었다. 같은 반 안에서도, 같은 교사 아래에서도 이렇게 아이들의 독서력은 개인차가 심하게 난다. 당연한 거다. 난 물론 잘하는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게 교사가 있어야 할 존재 이유이니깐.
아이들에게 두꺼운 책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 주기 1학기에도 틈틈히 글밥 많은 책들을 1꼭지씩 읽어 줬었다. 하지만 교사가 읽어 주는 것은 들으면 되니깐 덜 힘들지만 자신이 스스로 읽는 것은 더 힘들다. 매일 조금씩 스스로 읽어내면서 마지막 쪽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아이들은 분명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도파민이 분비될 것이고, 그건 또 다른 도전을 낳게 할 것이다. 난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화책을 한 권 선정하여 오늘 1꼭지 읽어줬다. 가능하면 매일매일 읽어주려고 한다. 내가 선택한 책은 송언 선생님의 <슬픈 종소리>이다. 오늘 약간만 읽어줬는데도 반응이 폭발적이다. 송언 선생님은 정말 이야기를 맛나게 쓰신다.
이렇게 교사가 읽어 주면서 함께 가면 아이들도 힘을 받아 한 걸음씩 나아간다. 가정에서도 "이젠 그림책 그만 읽고 동화책 읽어라"고 말만 하지 말고, 엄마나 아빠가 자녀에게 1꼭지씩 읽어 주며 함께 가면 아이들은 동화책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 것이다. 내일 아이들이 어떤 표정으로 동화책과 마주 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