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다시 책을 읽어야지.
아들이 고른 책은 서현 작가의 <커졌다>
지난 번에 누나와 다같이 읽었는데 또 찾는 걸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임에 분명하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이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책은 저 혼자서 읽게 놔두었고,
나머지 한 권은 내가 골라봤다.
지난 번에 조금 읽다가 완독을 못한 바로 이 책이다.
몇 쪽 읽어 주다보니 목소리가 갈려서 아들에게 눈으로 읽자고 제안을 했다.
글밥이 꽤 많다.
제목은 즐거운 로저이지만
실상은 전혀 즐겁지 않고 내내 시무룩하게 다녀서
다들 " 졸리 로저 " 라고 부르는 아홉 살 로저가 주인공이다.
왜 아홉 살 인생이 즐겁지 않냐고?
다름 아니라 어머니 때문이다.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후로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어머니는 온갖 심부름과 잔소리를 로저에게 해 댄다.
모자만 사니 경제 사정이 넉넉지도 않아 아홉 살인 로저는 끊임없이 일을 한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던 로저는 자신을 자루에 집어 넣은 대머리 해적 선장 압둘을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나선다.
어머니 잔소리 속에서 궂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해적선을 타는 게 더 나을 듯해서 말이다.
하지만 해적들은 어쩐지 해적 같지 않게 어리버리하고.....
웃음을 잃어버린 엄마와 아들. 어떡해야 그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줄까?
해적이 등장하는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중간에 로저가 해적들에게 잡혀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림자가 나오는 이 장면은 <랑랑별 때때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림책 작가가 다름 아닌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의 그 작가라는 것.
이 더운 날에 드디어 완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