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왜 하는 걸까?

파란 수염 생쥐 미라이 ㅣ 보림문학선 9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김규택 그림 / 보림 / 2012년 6월

파란 수염의 생쥐 한 마리가 있다. 파란 수염보다 더 신기한 것은 이 생쥐가 인간의 말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그 생쥐의 이름이 "미라이"이다. 인간도 하기 싫은 공부를 생쥐가 좋아서 하다니 참 어이 없다. 그런 미라이에게도 아픔이 있다. 주인집 서재에서 국어대사전을 꺼내오려고 작전을 펼치던 날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아껴 주고, 응원해 주고, 이해해 주던 형 미상인이 국어대사전에 깔려 죽는 사고가 생긴 것이다. 그 후로 미라이는 며칠 동안 슬픔에 잠겨 지냈고, 가족들은 미상인을  죽게 만든 게 미라이 탓이라며 원망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미라이는 슬픔에 내내 잠겨 있지는 않았다. 국어대사전에 영혼이 깃든 미상인이 미라이에게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란 말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다시 용기를 가지고 더 공부에 매진한다.

미라이를 보면 성경에 나온 삼손이 생각난다. 삼손이 머리카락에서 힘이 솟는 것처럼 다른 생쥐들과 색깔도 다르고 개수도 더 많은 미라이의 파란 수염은 진짜 신기하다. 마치 미라이의 지혜가 이 수염에서 나오는 듯하다. 미라이가 평소에는 화를 잘 내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화가 나면 이 파란 수염이 쇠처럼 빳빳해진다. 특히 호시탐탐 권력을 가지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미자자 형과 대치할 때는 이 파란 수염이 가끔 빳빳해지곤 한다.

노쇠해진 아버지와의 이별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미라이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버지마저 하늘 나라로 가자 더 기세가 등등해진 미자자형은 눈엣가시 같은 미라이를 제거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고 미라이는 책을 통해 얻은 지혜를 가지고 이에 맞선다. 미자자의 권력 지향적인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사극을 보면 항상 미자자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가!  인간 세계에서도 가끔은 " 공부해서 뭐 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하물며 "쥐가 공부해서 무엇에 쓰려고?"라며 다른 쥐들은 미라이를 공격한다.  미라이는 왜 인간도 하기 힘든 공부를 굳이 하려는 걸까?

이 책은 그것에 대한 답을 "화합"이라고 말해 준다. 미라이와 미자자의 화합, 다른 쥐씨 가문과의 화합, 더 나아가 쥐와 인간과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 학생들이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도 전에 무작정 밀어 붙이는 것은 아니었나 반성해 본다. 스스로 왜 공부하는지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을 때 공부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