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탐정 민철이
고정욱 지음, 남현주 그림 / BF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진짜 올해는 개 풍년이다. 계속해서 걔와 관련된 책만 읽고 있다. 고정욱 작가님하면 먼저 장애를 가진 것이 떠오른다. 이 책을 보려고 책장을 넘겼는데 책에 QR코드 비슷한 것이 상단에 찍혀 있는게 보였다. voiceye란다. 즉 시각장애우들도 음성으로 이 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배려이다. 장애우들도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이 세심한 배려야말로 장애우들이 독서하는데 있어서도 차별 대우 받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이 책이 갑자기 좋아졌다.

 

소심한 성격의 민철이와 전학을 온 뚱땡이 창식이가 친구가 되고, 둘은 벽보에 누군가 잃어버린 개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한 번 개탐정으로 나서보자고 의기투합한다. 아이들은 현상금 10만원 때문에 개탐정을 시작하였지만 겨우겨우 찾아낸 개가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정작 그 사실을 안 주인은 " 갖다 버려라" 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은 장애개가 되었다고 해서 갖다 버리라고 쉽게 말하는 그 아줌마를 보며, 자신들이 데려와 키우겠다고 결심하고, 아줌마로부터 받은 돈 10만원도 고스란히 돌려 준다.

 

원래 주인은 뽀삐가 정상개일 때는 애지중지 사랑하였지만 장애를 갖게 되자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갖다 버리라고 한다. 반면 개탐정 민철이와 창식이는 용돈 때문에 뽀삐를 찾아나섰지만 다친 뽀삐를 동물병원에 데려와 수술을 받게 하고 갖다 버리라는 주인의 말에 차마 갖다 버리지 않고 자신들이 기르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의 입장에서 누가 반려인간일까?

 

"저는 개도 식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식구가 다쳤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내다 버릴 수가 있어요?"

 

민철이와 창식이가 장애개가 된 뽀삐를 버리고 도망가는 아줌마를 향해 외치는 분노의 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개를 좋아한다. 그래서 한 마리쯤 기르고 싶어 한다. 딸도 개를 엄청 기르고 싶어 했다. 그런데 개와 관련된 동화를 읽고 조금 달라졌다. 개를 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 보면서 마음에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집에 있는 식물 하나도 물 주기를 제대로 안 해서 죽이는 우리 가족이 동물을 기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엄마는 그런 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아"라고 딸에게 말했다. 식물이 죽어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데 내가 잘 보살펴 주지 못해 개가 엉망이 된다면 그건 더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는 기른다는 것이 아니고 가족으로 맞이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딸에게 덧붙였다. 그건 다시 말해 개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뻐하는 마음만 앞세워 덜컥 개를 집에 들였다가 책임 지지도 못하면 그 개의 인생은 어떻게 되겠는가? 내가 개의 반려 인간으로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고, 그 개의 인생을 책임질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을 때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해 줬다. 개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이 개의 죽음을  지켜 봐야 하고, 장례도 치러야 한다.  중간에 병 들고,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다고 하여 이 아줌마처럼 쉽게 포기하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내다버리라고 말할 거라면 시작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전에는 솔직히 자신을 개 엄마, 개 아빠로 부르는 사람들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개와 관련된 책들을 보다보니 이해가 조금 된다. 자신을 개 엄마, 아빠로 부르는 사람들은 개를 단순히 애완동물로 기르는 게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부르는가 보다 싶다. 고 작가님의 말처럼 개는 우리 인간과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해 온 반려동물이라서 그 느낌이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것 같다. <개님전>에 보면 진도 사람들은 개가 명을 다하면 밭에 묻어 주었다고 한다. 옛날부터 개를 반려 동물로 생각해온 듯 하다.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유기견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 중 1/4은 입양되지 못 해 안락사당한다고 한다. 개를 비롯한 동물도 사람처럼 자연의 일부분인데 인간이 그들을 그렇게 유기하고, 학대하고, 안락사시킬 권리를 누구로부터 부여받은 것일까?  유기견 입양 캠페인에서 외치는 슬로건이라고 한다. " 사지 말고 입양해 주세요 " 이제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개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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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7-2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네도 얼마전에 유기견을 데려다 키운다고 하네요. 기특한 친구... 저는 어릴 때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 개보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맘이 좀 있어요.

수퍼남매맘 2012-07-22 12:03   좋아요 0 | URL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 가정도 유기묘를 키운다고 하네요. 아파트에서는 개보다는 고양이가 낫다고 그러시면서요. 생명을 들이는 일이라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어릴 때 개와 고양이 다 키워봤어요. 우리 애들한테도 그런 경험을 하게 하고 싶긴 한데 함부로 결정할 일은 아닌 듯해요."사지 말고 입양해 주세요" 란 말이 가슴에 콕 박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