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잠을 자고 나서 수퍼남매와 장을 보러 나왔다.
먼저 단골 헤어 샵에 가서 샴푸, 팩, 트리트먼트를 사고 그 곳에 주차를 한 후 간단히 요기할 식당을 둘러 보다
" 얘들아. 이 근처에 넝쿨당에서 재용이 오빠랑 이숙이 언니가 일하는 블랙 스미스가 있더라!" 하자
딸이 그 곳에 가고 싶다고 생떼를 부린다. 원래 계획은 간단하게 국수를 먹으려고 한건데....
그제 우수상도 타고 했으니 맛잇는 걸 사 주긴 해야 하고.
그런데 남편도 없이 우리끼리 배신 때려도 되나 싶기도 하면서 괜히 말을 꺼냈다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 야. 거긴 에어컨 세게 나와서, 동생 또 감기 걸려~" 말해도 소용 없다.
" 그럼 일단 가 보긴 하는데 사람 많아서 오래 기다리면 그냥 나오기다. 알았지?" 하였다.
그런데 아뿔사 !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대기자가 없다.
안내를 해 준 곳은 위에 에어컨이 직방으로 있는 곳. 얼씨구나 싶었다.
" 애들아. 여기 안 되겠다. 에어컨이 바로 위에 있잖아" 하며 꼼수를 부려봤지만
안내하시는 분이 에어컨이 멀리 있는 쪽으로 안내를 해 주는 바람에 자리에 앉게 되었다.
안심 스테이크를 하나 시키고, 누룽지 파스타라는 보도 듣도 못한 요리가 있어서 그걸 시켰다.
아웃백에서 나오는 부시맨 빵이 먼저 나왔는데 아침을 먹지 않은 나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였다.
내가 안 하고 남이 해 주는 것은 다 맛있는 것 같다.
아이들 찍어 먹으라고 꿀 소스를 주시니 수퍼남매도 무지 잘 먹는다.
이러다 빵으로 배 채울라!
이어서 누룽지 파스타 라는 것이 나왔는데 파스타와 누룽지가 결합된 퓨전 요리였다.
매콤한 맛이 마치 해물 짬뽕을 먹는 것 같았다.
이어서 주메뉴인 안심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대리석 같은 돌 위에서 스테이크가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도톰한 것이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딸과 아들에게 썰어 주고 남은 것을 소스에 찍어 먹어 보니 음~ 맛이 일품이다.
딸이 마지막 스테이크를 먹으려는 순간, 이 예쁜 음식 사진을 안 찍었다는 것을 알았다.
항상 이렇게 한 박자가 늦다니까.
남편은 내가 식당에서 음식 좀 찍으려고 하면
촌스럽게 그런 걸 찍냐며 핀잔을 주곤해선 매번 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곤 한다.
오늘 같이 잔소리꾼 없는 날 찍었어야 하는데 아깝다.
음식도 참 맛깔나고, 예쁘게 나왔는데 그릇이 싹싹 비워졌을 때 생각이 났으니 안타깝다.
결국 마지막 한 점을 먹는 딸의 모습만 핸폰으로 찍었다.
헤어 샵 다니면서 외관만 보고서는 호프집인 줄 알았다가
요즘 들어서야 넝쿨당 보면서 이 곳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줄 알게 되었다.
착한 아들은 아빠가 불쌍하다면서 담엔 아빠랑 오자고 한다.
언제나 아빠를 챙기는 건 나도, 누나도 아닌 아들 뿐이다.
다음엔 피자를 한 번 먹어봐야겠다.
옆 테이블을 슬쩍 보니 식지 말라고 양초 위에 피자판을 올려 놓는 게 재밌을 것 같다.
이 곳이 요즘 " 넝쿨당" 때문에 뜨고 있나 보다.
7/20일에 김태희 사인회가 있다면서 딸이 또 오자고 한다.
딸아, 하지만 그 때는 못 온다.
엄마가 방학 기념 여행 가거든.....
엄마도 김태희가 얼마나 이쁜지 4 눈(안경 포함)으로 직접 보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정작 장 보러 갔다가 스테이크 먹는 바람에 배가 불러서 그냥 집에 왔다.
저녁은 뭘 해 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