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예회가 끝났다. 본교는 격년으로 학예회와 대운동회를 실시한다. 그래서 올해는 학예회가 계획에 잡혀 있었는데 실내 체육관도 없는 상황에서 협소한 다목적실 무대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종목 정하는 게 힘들었다.
10월부터 1달 반 정도 종목 정하고, 연습했는데 아이들은 즐겁게 연습했다. 2팀으로 나눠 한 팀은 남녀 함께 추는 <업타운 걸>을 하고, 나머지 한 팀은 <아빠 코딱지>와 <아빠 힘내세요>메들리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거다. 마지막은 우리 반의 특색을 살려 그림책을 노래로 만든 <강아지똥>노래를 합창하려고 한다. 저학년이다 보니 일일이 교사가 지도해야 해서 그게 더 힘들다. 3학년 이상만 되도 한 개 정도는 팀 정해서 알아서 연습해라가 되는데 말이다. 업타운걸 지도할 때는 다른 아이들은 그림 그리며 놀고 하는 식으로 연습을 했다. 나중에는 상대팀의 춤도 외워서 따라 추는 애들도 있었다.
드디어 무대에 오를 시각!
떨려서 잠을 못 잤다는 아이의 고백을 듣고 '무대에 선다는 게 굉장히 큰 경험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들이 관람석에 꽉 차있으니 더 긴장이 되었나 보다. <업타운 걸> 아이들이 먼저 시작했는데 첫 부분에 음악이 너무 작게 나왔다. 그래도 최종리허설 보다 잘했다. <코딱지>팀은 관객 호응도가 가장 좋았다. 다른 반 친구들이 아빠 힘내세요를 따라 불러 주니 무대에 선 어린이들이 더 힘이 나서 잘했다.
마지막 강아지똥 차례. 이건 반주 음악을 컴퓨터가 아니라 CD로 틀어야 하는데 매번 튀어서 걱정이 되었다. CD가 예민해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진동이 느껴지면 튀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실은 나도 밤잠을 설쳤다. 혹시 튀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어제 만일을 대비하여 7반 선생님께 피아노 반주를 부탁 드렸다. 아이들에게도 혹시 음악이 이상하면 피아노로 반주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선생님 지휘를 잘 보라고 주문을 해 두었다.
드디어 반주가 시작되고 1절이 무사히 잘 끝났다. 간주 부분에서 결국 CD가 튀고 말았다. 음악을 멈추고 다시 피아노 반주로 시작하였다. 반주랑 맞춰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끝났다. 7반 선생님이 정말 고마웠다. 아이들도 당황하지 않고 내가 미리 말했던 대로 내 지휘를 보고 노래를 잘 불러 주었다. 아이들에게도 "최고였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1반부터 8반까지 각반의 개성이 돋보인 알찬 프로그램들이었다. 종목도 다양하였다. 민요, 카드섹션, 춤, 태권무, 수화, 탈춤, 기악합주, 피아노 독주, 중창 등등.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와 약간 어리숙한 점이 있던 아이들이 어느덧 이렇게 커서 무대에 올라 멋진 모습을 보여 주다니... 대견했다. 이렇게 고생하여 잘 만든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춰진 무대에서 제대로 복장 갖춰 입고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팍팍 해 주셨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무리 무대가 작든 크든 무대에 올리는 것은 대충 할 수는 없는 거다.
월요일부터는 나도 아이들도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가 학습에 임해야겠다. 큰 산을 하나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