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 담당 교사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세 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책 속의 보물을 찾아라
둘은 작가와의 대화
셋은 원화 전시회
그 중에서 책 속의 보물을 찾아라 행사를 이번에 기획하였다.
이번에 들어 온 신간도 홍보할 겸 독서의 계절을 맞이하여 어린이들을 도서실로 유인하기 위하여 계획한 행사이다.
보물 상표 200개를 신간과 구간 곳곳에 숨겨 놓았다.
대출해 간 책에서 상표가 발견되면 부모님 사인을 받아 선물과 맞교환을 하는 행사였다.
이를 위하여 가나 초콜릿 200개를 준비해 놓았다.
어제 처음으로 행사를 시작한 날!
전혀 예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1교시 쉬는 시간부터 아이들이 몰려 와서 책 속에 보물 상표가 있는 지 뒤져 보고 아무 데나 책을 팽개쳐 버리고 가서
새 책도 상처가 나고, 도서실은 난장판이 되어 버렸단다.
점심 시간은 도깨비 시장을 방불할 정도로 미어 터지고, 여전히 책을 뒤지고 나서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가는 바람에
도서실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사서 선생님께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참 마음이 아팠다.
우리의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는구나!
나는 어린이들에게 좀 더 책을 많이 읽히게 하려고 기획한 행사인데
어린이들은 선물에만 눈이 멀어서....소중한 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질서하게 도서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나의 불찰도 컸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하고 하루에 한 학년씩 오도록 했어야 하는데...
교장 선생님께 얼른 의논을 드리고 계획을 수정하여서 다음 날 부터는 2개 학년씩만 도서실에 오도록 하였다.
오늘은 한결 질서가 있고 덜 복잡하였다고 하신다.
그런데 정작 도서실을 자주 다니는 울 반 아그들은 보물을 한 개 밖에 못 찾았다.
어디 숨겼는지 나도 모르고, 안다고 해도 알려 줄 수도 없으니....
원화 전시회는 꽤 오래 전에 예약이 만료되어서 올해는 못 하고 넘어간다.
길벗어린이, 보림 같은 출판사에서 원화를 대여해 주는데 인기가 높아서 오래 전에 벌써 예약이 다 차버렸다.
다음에는 미리미리 예약을 해 놓아야지.
설마 아이들이 원화도 손상시키는 건 아니겠지?
작가와의 대화는 초대하고 싶은 작가분들이 여러분 계신데 올해가 가기 전에 추진해 보고 싶다.
송언 작가님께 부탁 드리면 오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