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가족으로 대해 주세요
1학년 때 가평으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우리 펜션 옆에 근사한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거기서 우연히 시베리안 허스키를 보았다. 너무 멋있는데다가 나와 잘 놀아주어서 한눈에 반했다. 그때부터 개를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1학년부터 지금까지 엄마, 아빠에게 “엄마, 나 개 한 마리만 사주면 안돼요?” 할 때마다 대답은 똑같았다. “너는 자기 물건 정리도 못하면서 어떻게 개를 키우겠다고 그러니?” 그때는 내 정리 안하는 습관과 개 키우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건방진 도도군’을 만나게 되었다. 앞표지에 개 그림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개 이야기가 나오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개 ‘도도’이다. 도도는 아저씨 ‘그 인간’ 과 아줌마 ‘야’와 함께 으리으리한 부잣집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도도는 ‘야’로부터 버려지게 된다. 사람들에게 “뚱뚱하다”고 욕을 먹어서란다. 자기가 뚱뚱하게 만들어 놓고서 뚱뚱한 것 때문에 버린다니... 참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버려진 도도는 기사 아저씨 ‘어머니’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집에서 ‘야’가 전에 키우던, 도도가 짝사랑하는 ‘미미’를 만난다. 도도는 미미에게서 이런 얘기를 듣는다. “ ‘야’가 키우던 개들은 모두 버려졌어. 너를 키우기 전에 나를 키웠고, 내 전에도 파파와 라라를 키웠지.” 와~ 그 4마리의 개들을 다 어머니 댁에 버렸단 말인가? 진짜 개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내가 마치 버려진 개가 된 것처럼 화가 났다. 도도는 드디어 알게 됐다. ‘야’는 자기를 액세서리 취급했던 거라고... 그 이후로 도도는 동반자를 찾아 나선다.
미미의 이야기를 듣고서 난 깨달았다. 난 개의 입장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도도의 주인이라면 도도는 나를 좋은 주인으로 생각해 줄까? 그래서 한 번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나는 정리하라고 세 번 이상을 말해도 정리를 안 하고, 걸핏하면 물건 잃어버리고, 쓰고 나서 항상 제자리에 안 놔두고, 뭘 하려고 하면 매번 30분을 찾아야 하고, 장난감을 사주면 3분정도 가지고 놀고 아무데나 처박아두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도 잘 챙기지 못한다. 한 마디로 나 역시 도도에게 좋은 주인은 아닌 것이다. 나와 함께 있으면 도도는 더럽고 매일 밥을 굶는 불쌍한 신세가 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이제야 정리 안 하는 습관과 개 키우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 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엄마, 아빠가 내가 개를 키우는 것을 반대 하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좋은 주인이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생활 습관만 고치면 좋은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도도는 자기가 액세서리 취급 받았던 것에 화가 나서 진정한 동반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고 보면 생활습관 이전에 개를 바라보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마음부터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란 어떤 마음일까?
내가 좋아하는 만화 중에 ‘짱구는 못 말려’ 라는 만화가 있다. 짱구는 다섯 살인데 흰둥이라는 개를 키운다. 그 흰둥이가 어쩌다가 우주에서 날아온 폭탄이 몸에 붙는 바람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흰둥이를 우주로 보내 버리려 한다. 짱구의 엄마, 아빠도 짱구에게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흰둥이를 우주로 보내버리자고 한다. 그 때 짱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흰둥이도 우리 가족이에요!” 짱구는 흰둥이를 자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닌, 자기의 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개를 잠깐 가지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짱구처럼 가족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 그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좋은 주인이 가져야 하는 마음이란 걸 말이다. ‘도도’도 분명 그런 주인을 찾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주고 사랑해 줄 그런 사람을. 도도처럼 애타게 주인을 찾고 있는 버려진 개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한 해에 도도처럼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20만 마리나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유기견을 100마리나 학대한 노부부도 있었다. 주인에게 돌아가는 유기견들도 있지만 100마리 중 90마리는 주인의 품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고 한다. 주인을 찾지 못하는 개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정말 개들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여자들에게는 치장하는 장식품이고, 나 같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장난감,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는 그냥 재미로 키우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정말 도도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슬프고 화가 날까? 다행이 도도는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수진이를 만나게 된다. 도도가 그렇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그렇지 않은 개들이 훨씬 많아서 나를 슬프게 한다.
어떡하면 조금이라도 불행한 개들을 줄일 수 있을까? 내가 ‘건방진 도도군’을 읽고 개들의 입장에서 좋은 주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웠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같이 배웠으면 좋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개를 생각하는 우리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개들을 물건이나 장식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가족처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개들을 쉽게 버릴 수 없을 테니까. 우선 나부터도 늘 그러한 마음을 갖도록 해야겠다. 생활 습관도 고치고, 정말 도도군 같은 개가 날 좋은 주인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는 앞으로 개를 기르고 싶을 때 마다 내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 볼 작정이다. ‘내가 이 개를 사면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을까?’ ‘내 가족처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여기에 내가 자신 있게 “네!” 라고 대답 할 수 있을 때 엄마, 아빠에게 개를 사달라고 할 것이다. 내 미래의 가족이 될 도도군아, 그때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