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고~ 힘들다!!!
현장학습 갔다 온 날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어제 오늘, 울 반 아그들이 왜 이리 흥분상태로 들떠 있는지..
아마 오늘 병원 놀이가 잡혀 있어서인가 보다.
병원 놀이 하다가 내가 먼저 응급실에 실려 가게 생겼다.
제발 초1 슬기로운 생활 교과서에 병원 놀이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유치원에서 마르고 닳도록 다 한 내용인데 다른 것 할 것도 많은데 병원 놀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정말 아깝다.
왜 이리 지쳤나면
방과후에 향상반 2시간 수업에다 오늘 특히 말을 안 듣는 어린이가 한 명 있어서이다.
울반 아그들은 대체적으로 말을 잘 듣는 편인데, 간혹 가다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아이가 몇 명 있다.
오늘은 대부분의 아이들도 병원 놀이가 들어서인지 아침부터 흥분 상태여서 다른 날보다 싸움도 많이 하고,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전반적으로 학습 분위기가 차분하기 보다는 떠드는 분위기였다.
간혹 가다 어린이들과 내가 잘 맞지 않는 날들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향상반과 오늘 내내 말썽 부리는 한 어린이와 지금까지 씨름을 하고 나니
완전 진이 다 빠진다.
향상반 어린이들은 5명인데 모둠 책상 하고 공부하라고 하면 1초에 한 마디씩 수다를 떤다. 진짜 집중 시간이 짧다.
너무 떠들어서 결국 자기 자리로 다 돌아가라고 하니 좀 조용해졌다.
기탄 국어 문제집을 풀게 하는데 별 어렵지도 않은데-객관적으로- 집중 안하고 풀어 와서 매번 틀린다.
동그라미 보다 매번 비가 더 많은 아이가 몇 명 있다.
28명 가르치는 것보다 5명 가르치는 게 더 힘들다.
어차피 이 아이들은 개별적으로 지도를 해 줘야 하는 대상들이다.
오늘 향상반 어린이들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최대강적의 어린이는
아침부터 계속 뒤쳐져서 다른 친구들은 다 했는데 저 혼자만 못해서 방과후에 남겼는데도
아무 것도 안하고 시간만 축 내고 있다.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집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해도 눈만 깜빡거릴 뿐 답답하게 말을 안 한다. 정말 이럴 때 속 터진다.
쓰기 시간에 나온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으로 글쓰기를 하는데 아무 것도 생각인 안 난다며
몇 시간째 눈만 멀뚱멀뚱하고 있다.
매번 그러는 애면 그러겠거니 하고 집에 보내겠는데 이 친구는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간극이 큰 아이이다.
오늘이 바로 못하는 날이다.
컨디션 좋을 때는 금방 해서 오는데 오늘은 정말 질기게 안 하고 있어서 내가 졌다.
그 아이랑 더 씨름하다가는 내가 넘어가게 생겨서 그냥 보냈다. 지금은 엄마와 씨름하고 있겠지.
향상반과 강적의 아이가 가고 나니 맥이 팍 풀린다. 그래도 글을 쓰고 있으니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