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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ㅣ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같은 반 남자 아이 22명이 한날 한시에 사라졌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 사라진 아이들은 폐허가 된 공장에 그들만의 해방구를 만들고 어른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설상가상으로 유괴된 아이도 한 명 있다. 아이들은 왜 방학식 날 이런 일을 벌였을까? 아이들은 해방구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해방구에 들어간 아이들의 7일 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현재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16년 전 그들의 부모가 젊었을 때 전공투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일본 작가가 만든 이야기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과도 흡사하다. 따라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일본도 우리나라도, 현재도 과거도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1985년에 출간된 이 책의 상황이 지금 우리나라 현실과 어쩜 이리 닮아 있는지....현재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은 이렇게 해방구를 만들어 하루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 아님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끔 너무 그들의 사고를 옥죄어 버린 것은 아닐는지....
중1 남학생 22명이 해방구에 온 것은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서도 , 이상, 포부, 하다 못해 반항심 같은 것들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처음엔 단지 재미 삼아 그렇게 모인 것이었다. 책에 나온 대로 본능적으로, 본능에 따라 거기에 모인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방구의 의미를 찾아 가고, 갖은 폭력을 일삼던 꼰대들을 혼내 주고, 유괴 당한 친구를 멋지게 구해 내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주며, 정치적 비리의 순간을 포착하여 만방에 생중계로 알리는 등 그들이 의도하였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마지막에는 굉장한 일들을 해 내고 만다. 순전히 그들만의 힘으로 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해방구에 있는 아이들과 맞서는 사람들과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맞서는 쪽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무조건 억압하고, 무시하고, 협박하는 부류들이며 반대쪽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특히 해방구에서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던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가 변하는 모습은 참 의미가 깊다. 아이들과 할아버지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의 어른들은 그 둘을 핍박하는데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서로 연대하여 그 어른들과 맞서는 형국이다. 마지막 아이들이 진정으로 할아버지에 대해 고마운 감정을 전할 때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 보건 교사는 어떤가! 매일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아이들 간식을 마련해 주고, 아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다. 반면 보건 교사를 짝사랑 하는 체육 교사는 아이들에 대해 적의를 품고 아이들을 잡기 위해 보건 교사까지 협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해방구 아이들을 놓고 어른들은 두 편으로 대립한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편이었을까 생각하며 읽으니 더 흥미롭다.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으로 존재하고 싶냐는 결국 어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는 바로 해방구 아이들의 부모 또한 대학 시절 전공투 출신들이 꽤 여럿 있지만 그들 부모 또한 여느 부모와 같이 아이들에게 다른 부모들이 강요하는 것과 똑같은 것들을 강요하면서 사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피가 뜨거웠던 젊은 시절 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 싸운 경험이 있는 그들 또한 어떤 이유로든지 간에 적당히 속물이 되어 세상적 출세를 강조하며 살고 있었고 해방구에 들어간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 한다. 결국 그들 또한 전공투로 활동한 그들의 과거를 잊은 채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택했고, 자녀들을 제도권에서 출세하는 아이들로 키워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로 살기로 선택했다.
전공투 출신의 부모님과는 사뭇 대조적인 인물이 바로 할아버지다. 세계대전에 직접 참가하여 실제로 사람을 죽여 본 적도 있는 할아버지는 그 가슴 아픈 전쟁으로 인해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상흔을 입었다. 집도 없이 페허 공장의 시궁창을 통해 드나들며 공장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할아버지를 인생의 패배자로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가락이 잘려 나갔을망정 마음은 온전하다. 아니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할까! 그래서 할아버지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얼마 전 읽었던 <분노하라>가 자꾸 생각난다. 아이들이 해방구에 들어선 첫 발자국은 단순히 재미였지만 그곳에서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그들은 정당한 분노를 하게 된다. 분노는 인간이 당연히 가져야 할 인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 찌들어 마땅히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사건과 사회 부조리를 꼬집는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 결말까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때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