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처음으로 학급 회장이 되었다.
같은 학교에 데리고 다닐 때는 괜히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고,
담임 선생님께 많은 도움이 못 되어드릴 것 같아 회장 선거에 나가라고 적극 권유한 적이 없었다.
딸이 나간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않았겠지만
다행히 딸이 출마한다고 한 적이 없어서 속으로 갈등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 4학년이 되면서
집 근처로 학교를 옮겼는데도 딸은 학급 임원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임원이 되면 귀찮을 거라면서 시큰둥했다.
이제 어느 정도 학년이 올라갔으니 한 번 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
2학기 들어서자 운을 떼 봤더니 역시나 마음에 없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회장 선거 즈음에
" 엄마, 친구들이 회장에 나가 보래. 그럼 나 뽑아준대." 이러는 거다.
" 그래? 그래도 다 믿지는 마라. 마음이 언제 변할지 모르니깐... 근데 너는 어때? 나가고 싶어? " 물어 보았다.
" 글쎄~ 한 번 나가 볼까?"
" 그래. 한 번 나가 봐. 회장 같은 거 해 보면 얻는 게 분명 있어. 엄마도 여러 번 했는데 리더십도 생기고 그래."
이렇게 하여 회장선거에 출마하기로 하고 유세를 준비하였다.
목요일 회장 선거가 있었다.
" 떨어져도 괜찮으니 유세 할 때 큰소리로 잘해, 파이팅!!!" 말해 주었다.
결과는 당선이었다.
내가 회장 되었을 때보다 더 기뻤다.
딸 아이에게 회장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고, 떠드는 사람 이름 적을 때 항상 공정하게 하라는 말을 당부하였다.
회장을 하면서 분명 속 상하는 일도 생길 것이고, 책임감도 배울 것이며, 리더십도 길러질 것이다.
그러면서 성숙할 것이라고 믿는다.
토요일 저녁 남자 회장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다.
임원들 모두 모이자는 거였다.
' 나도 이렇게 엄마들 모임에 나가는구나!' 느낌이 남달랐다.
아파트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남자 부회장 엄마만 다른 약속이 있어서 나오지 못하셨다.
처음부터 교사라는 걸 밝히는 게 더 나을 듯 하여 밝혔다.
그래야 담임 선생님들이 어떤 것들을 임원들에게 바라고, 어떤 것들이 부담스러운지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였는데 역시나
" 영어 어떻게 하세요?" 라는 질문을 하는 거다.
" 안 하는데요. 그냥 집에서 저랑 영어 동화 읽고, ebs로 공부해요." 라고 대답했다.
학부모 2명만 모여도 항상 하는 이야기는 역시나 아이들 학원 이야기들인가 보다.
임원 엄마의 입장이 되는 게 어색하고, 엄마들 모임에 나가는 게 낯설긴 하였지만
또 다른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조금 기대도 된다.
아무튼 시아가 학급 회장의 책무를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