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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멍 강옵서 ㅣ 감동이 있는 그림책 1
박지훈 글.그림 / 걸음동무 / 2011년 7월
<어멍 강옵서>란 뜻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제주도 방언인 이 말을 표준어로 고쳐보면 <엄마, 다녀 오세요>가 된다.
이 책은 바로 어린 시절을 제주도에서 보낸 작가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독자로 하여금 유년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아름다운 섬 제주도의 모습까지 엿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멋진 제주도로 한 번 여행을 가보자.
넓게 펼쳐진 유채밭 뒤에 보이는 것이 바로 성산 일출봉이다.나도 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 이런 정도의 거리에서 일출봉을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삼다도"라고도 불리는 제주도에서는 바람이 많기에 이렇게 지붕이 낮은 집을 지어야 한다. 저기 은정이의 집이 보인다. 바다를 항상 눈앞에 두고 볼 수 있어서 정말 좋겠다.
은정이의 집 안으로 들어가 보자.
나무 막대기 세 개로 주인의 외출 여부를 표시하는 정낭도 보이고,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은 지천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제주도의 집이다. 은정이는 망사리를 손질하느라 바쁜 어멍에게 함께 놀자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이 장면에서 이 노래가 생각난다.
"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로 <섬집 아기>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멍이 자기와 놀아 주지 않고 일을 나가는 것이 아이들은 싫은가 보다.
갈수록 워킹맘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어멍과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보육시설과 보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하나 아니면 아예 갖지 않으려 하는 것은 바로 막대한 교육비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부재 때문이니만큼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되지 않나 싶다. 워킹맘의 한 사람으로서 눈에 밟히는 장면이었다.
은정이는 그렇게 물질 나간 어멍과 헤어져 친구와 함께 고무 양동이를 들고 아이들의 자연놀이터인 바닷가로 나왔다. 고무 양동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반갑다. 초등학교에서 주로 봉사활동 할 때 쓰레기통 용도로 쓰이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나 또한 바다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어릴 적 은정이처럼 친구 손 잡고 고동 따러 다녔던 경험이 있어서 이 장면을 보면서 추억에 잠겨 보았다. '그때 참 재밌게 놀았었지.' 고동 따오면 엄마가 삶아 주시곤 하셨는데....
바닷가에서 한참 놀다가는 옷을 말리기도 할 겸 들판에서 노는데 요즘 아이들과는 노는 모습이 정말 딴판이다. 남자 아이들은 씨름을 하고, 여자 아이들은 돌로 만든 공기로 공기 놀이를 한다. 그때는 공기 잘하고, 고무줄 놀이 잘하면 친구들 사이에 인기짱이었다. 그나마 공기놀이는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무줄 놀이는 잊혀져 버려 아쉽다.
언덕 너머로 해녀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침에 어멍에게 어리광을 부린 게 미안한 은정이가 어멍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은정이 어멍은 무슨 일을 할까? 그 작업 현장으로 가 보자.
해녀들은 이렇게 깊은 물 속에 들어가 전복도 따고, 멍게도 잡고, 해삼도 잡는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 중에서 어머니가 해녀셨는데 동료 말이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이렇게 전복을 따서 그 자리에서 던져 주면 정말 꿀처럼 달고 맛있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양식도 아니고, 당연히 자연산이었으니 얼마나 몸에 좋았겠는가! 해녀가 잡아 준 전복은 못 먹어봤지만 전에 우도에 갔을 때 주인 아저씨가 직접 잡은 돔을 회로 떠서 주셨는데 진짜 달았다. 내가 먹어 본 회 중에서 그때 먹은 회가 최고였다.
해녀는 바다 깊숙히 들어가서 아름다운 장면도 보지만 항상 위험에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은정이는 어멍의 안전이 걱정되어 말타기 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혼자 수호신 같은 나무에 기대어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옆에 돌탑도 보인다.
지금은 그런 뉴스를 듣기 힘들지만 어릴 적에는 해녀가 물질하다가 상어에게 습격을 당했다느니 하는 뉴스들이 자주 나왔던 것 같다. 그만큼 해녀의 일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일이라 가족들이 안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어멍 생각에 은정이는 아까 바닷가에서 주운 소라를 가만히 귀에 대어 본다. 그러자 놀랍게도 바다 소리가 들려 온다. 눈을 스르르 감자 은정이 앞에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산호, 알록달록 물고기, 커다란 문어 등 온갖 바다 생물들이 은정이 눈에 보인다. '어멍은 매일매일 이런 모습을 보시면서 일을 하시는구나!'
그런데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진다. 물에 들어간 어멍이 더 걱정된다.
'어멍이 안전하게 물질을 끝내고 우리에게 돌아오도록 해주세요.' 라고 간절하게 기도한다.
파스텔톤의 따뜻한 그림과 함께 어멍이 무사하길 바라는 은정이의 간절한 마음이 어우러진 멋진 그림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제주도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