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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권윤덕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꽃할머니>의 저자 권윤덕 님의 작품이기도 하고, 초1(초2)-헷갈림-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책이라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교과서에 실린 내용만 알고 있다가 뒷부분까지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더 좋아진다.
앞부분만 읽어서는 이 책의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다. 단순히 고양이와 소녀의 재밌는 따라하기 놀이쯤으로 생각될 우려가 있으니 꼭 책을 직접 끝까지 읽어보시길...
불화를 직접 배우기까지 하셔서인지 권윤덕님의 그림은 불화와 민화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그림을 한 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나만 따라 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면 하루종일 재미 있을 것도 같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장면인데
컴퓨터 책상 뒤에 숨어있는 아이와 고양이가 앙증맞다.
그림 하나하나, 색채 하나하나 토속적인 느낌이 진짜 강하다.
고양이도 페르시안 고양이가 아니라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보통의 고양이이다.
이렇게 하루종일 고양이 녀석은 나만 따라 하고 있다.
이 장면이 바로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다.
(교과서에는 이 앞부분까지만 나와 있다. )
지금까지 고양이와 신 나게 따라하기 놀이를 하던 소녀의 모습에서
고양이와 나란히 창가에 앉아 밖에서 신 나게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왠지 소녀의 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어떤 아이는 소녀를 향해 메롱 까지 하고 있다.
왜 소녀는 저기에 함께 끼여 놀지 않는 걸까?
소녀는 고양이와 단둘이 밤늦게 까지 엄마를 기다린다.
아마 소녀는 엄마하고만 살고 있나 보다.
밖에서 소리가 들릴 때마다 혹시나 엄마 발자국 소리일까 숨죽여 들어 보는 소녀의 마음을 이 그림이 잘 표현해 준다.
엄마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다 지친 소녀는 캄캄해지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얼마나 무서울까? 혼자 집에 덩그라니 남아 고양이와 하루종일 지내면서 엄마를 기다려야만 하는 소녀의 외로움과 무서움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예전에 집에 혼자 있는 게 굉장히 무서웠었다.
소녀는 더 이상 무서움에 갇혀 지내지 않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소녀가 고양이를 따라 하기로 결심한다.
고양이는 야행성이니 당연히 캄캄한 밤도 무섭지 않지.
캄캄한 바깥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이 장면 정말 멋지다.
높은 곳에 가서 보면 사물이 다르게 보인다.
소녀도 고양이의 눈으로 보면 분명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다.
'고양이처럼 몸을 크게 부풀리고 마음도 크게 부풀려. 어떤 것도 겁나지 않을 만큼'
이제 소녀는 용기 100% 충전되었다.
자! 바깥으로 나가 볼까?
소녀와 고양이가 바깥에서 아이들과 맘껏 뛰어다니고 있는 장면이다.
두려움과 맞서서 승리한 용감한 소녀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소녀는 더 이상 이불 속으로 숨지 않을 것이다.
집에서만 갇혀 지내지도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또 무서운 생각이 들면 고양이처럼 한껏 마음을 부풀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