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어린이 57
권정생 지음 / 산하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옆집에 하느님이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 무슨 말을 제일 먼저 할까? 

글쎄...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한다면 제일 먼저 이런 말을 하게 될 것같다. 

" 하느님, 귀와 눈이 있으시긴 한 건 가요? 왜 그리 부자와 권력자들 편만 들고,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은 방치하시는 건가요?  하나님은 공의로운신 분 맞는가요?" 

하나님을 만나게 되면 다다다다 이렇게 따질 것같다. 

정의롭지 못한 세상, 불공평한 세상을 가만 내버려두고 심판하지 않는 하느님. 

우리에겐 나쁜 자들을 혼내주고, 벌주고, 심판하고, 응징해주는 시티 헌터가 필요한데 

하느님은 예전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묵묵부답이실 것 같다.  

 

권정생님이 서문에 쓰신 것처럼 

이년 간 잡지에 연재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았을 법하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오는 하느님 부자는 신으로 보이지 않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도 가장 미천하게 생활하며, 하느님은 심지어 

나약하고 무능력하며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하니까.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하느님 부자는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하며 세상 인간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지 

몸소 체험한다.  마치 체험 삶의 현장 같다.

하지만 어떤 대안도, 해결 방법도 제시해주고 못한 채로 그냥 그들(과부, 고아)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며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

하느님 부자는 어머니가 그토록 소원하는 통일을 이룰 때까지만 인간 세상에 머무르기로 합의한다.  

여기서도 하느님은 빨리 하늘나라로 올라가려고 하는 철부지처럼 묘사된다.

하느님 부자가 하늘에 있건 땅에서 우리 옆집에 살고 있건 

현실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한순간 하느님이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을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해 차라리 심판하자고 예수님께 제안을 해 보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심판의 수위를 정해야 하나 고민하는 부분은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 세상에 악한 인간들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양심을 지키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살아가는 

하느님의 백성이 존재하기에 확 쓸어버리지 못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불공평한 세상 

정의롭지 못한 세상 

죄악에 찌든 세상  

희망이 없는 세상

소돔과 고모라가 그랬고, 거대한 제국시대 말년이 그리하였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살아간다.  

누구보다 신앙심이 깊었을 권정생님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듯한 이 작품을 왜 쓰셨을까 생각해 보았다. 

권정생님도 그런 답답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항상 서문에 쓰시듯이  

내 주변에 가난하고, 헐벗고, 전쟁에 죽어가는 자들이 있으며, 분단된 나라의 아픔을 생각하면서 

왜 하느님은 이를 그대로 묵인하고 내버려 두고 계실지 생각해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이땅에 고통받는 자들이 저리도 많은데 왜 하느님이 가만히 계시는지 우린 참 궁금할 때가 많은 것처럼 말이다.

말 한마디로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마음만 먹으면 무얼 못하시겠는가?  

권정생님은 하느님이 왜 이 세상을 내버려두고 계시는지 글을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하느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만드신 인간들이 신의 능력이 아닌 자신들의 양심과 이성대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원래대로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길 기다리고 계시는 건 아니실까?  싶다.  

하느님이 주신 두 계명 즉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는 계명을 인간 스스로 잘 지키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세상이 이렇게 악하게 된 것은 바로 인간의 욕심 때문이니까 그 욕심을 없애면 

원래 하느님이 창조하신 에덴 동산과 같은 곳이 되지 않겠는가? 

그건 어디까지 이상일 뿐이라구?  아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10여년 만에 이렇게 빈부 격차가 가속화되었다.  

그건 하느님의 잘못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잘못이다.

에덴 동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욕심을 버리고 계획을 잘 세우면 적어도 고아와 과부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네 이웃을 돌아보고, 배려하고, 나눠주며 다같이 잘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을 인간 스스로 만들어 가길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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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8-02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에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느님 같은 마음 따뜻한 이웃들은 곳곳에 있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8-0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선물받은 책을 읽지 못했어요.
이 책은 한번도 안 읽은 책인데도...

수퍼남매맘 2011-08-0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에 이런 이야기를 쓰셨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