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다니는 피아노학원에서 하모니카를 준비하라고 해서
악기점에 가게 되었다.
악기점에 도착.
문이 잠겨 있었다. 허탕 친 건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니 조금 있으면 도착하신다고 하셨다.
기다리면서 길거리에서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모퉁이에 <구석>이라는 갤러리 카페가 보였다.
커피 찌꺼기를 가져 가라는 메모에 딸은 얼른 한 봉지를 챙겨 주었다.
무슨 카페일까 살짝 엿보니
갤러리까페 답게 무슨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보인다. 나중에 들러 볼까?
일단 하모니카부터 사야지.
사장님이 도착하셔서 하모니카를 샀다.
ㅇ 피아노 인데 이곳에서 기타 개인 레슨을 한다는 것이다.
1주 1회 1시간 강의 12만원이면 괜찮은 가격인가? 시세를 몰라서 말이다.
어찌 되었건 1대 1 레슨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그렇지 않아도 딸이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던 차에 개인 레슨을 하는 곳을 알게 되어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기타도 이것저것 구경하고, 쳐 보기도 하였는데 (파스텔톤 기타가 눈에 확 들어왔지만 그래도 질리지 않으려면 원목색이 낫지
않을까 싶다.)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어서 다음으로 미루고
아까 눈여겨 본 그 까페에 가보기로 했다.
들어가니 아주 자그마한 갤러리 까페였다.
그런데 아까 얼핏 봤던 그 그림이 바로 <들꽃아이>원화였다.
내가 무지 좋아하는 김동성 씨의 원화를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나보게 되다니.
그동안 꿀꿀했던 마음이 한순간 싸악 가셨다.
며칠 마음앓이를 했었는데 뜻밖에 구석 모퉁이에서 나를 위로해 주려고 이 그림들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반갑고, 고마웠다.
까페 사장님이 그림책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작은 까페지만 앙증맞은 소품들과 무엇보다 그림책이 눈을 끌었다.


이 책은 <세 강도>인데 단골 손님이 일본에 가신 김에 사오셔서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사이즈로(포켓북 사이즈)로 나오다니.. 일본 사람들은 역시 작은 걸 엄청 좋아하나 보다.
만약에 딸이 기타를 배우게 된다면
난 여기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책 읽으며 기다리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책과 그림이 함께 한 구석 모퉁이에 있는 갤러리 까페를 보니 며칠 내내 우울했던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길벗 어린이 출판사가 개인 사업장에 원화를 빌려 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인이 엄청 떼(?)를 써서 이곳에 모시게 되
었다고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주인장이 그림과 책을 무지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자주 들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