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쓰기를 처음 해 봤다.
가장 쉬운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를 가르쳐 줬다.
지금까지 아침독서10분을 매일매일 했어도 독후활동을 시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였다.
더불어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까봐 일부러 시키지 않았다.
가끔은 쉬운 독후감 쓰기를 나름대로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진도도 거의 끝나가고 여유시간이 있어
함께 해 보았다.
읽어 준 책은 바로 <반쪽이>다.
비룡소에서 새로 나온 책이다.
반 아이들을 책자리에 모아 놓고 읽어 줬다.
다 읽어 준 후 다시 한 번 스토리를 요약해 보고
각자 말하고 싶은 등장 인물을 골라 편지처럼 써 보라고 하였다.
반쪽이에게 쓰기 전에 지난 번 같이 읽었던 강아지똥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식으로 편지를 쓰는 지 알려 주었다.
5월에 강아지똥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 경험이 있엇 편지를 쓰는 것은 별로 어려워하지 않았다.
1학년이라서 맞춤법이 엉망인 아이들이 여러 명 나타났다.
그런데 3명은 하나도 틀린 데가 없었다. 아이들한테 걸어 다니는 국어사전이라고 말해 줬더니 신이 나서 난리가 났다.
글씨가 너무 많이 틀리는 아이들 옆에 가서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더니 더 신이 났다.
아직 우리 딸도 일기장에서 틀린 글씨를 발견하곤 하는데 이 세 명은 아주 수준이 높았다.
평소에도 책 읽기를 아주 잘하는 친구들이다.
엄청 칭찬을 해 주었다. 다른 아이들은 부러워서~~
세 명은 맞춤법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아주 훌륭했다.
세 명이 쓴 독후감을 친구들에게 읽어 주었더니 듣던 아이들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내가 봐도 참 잘 썼다.
가장 잘 쓴 친구의 작품을 옮겨 적어 본다.
반쪽아, 넌 고양이가 생선을 반토막 잘라 먹어서 그렇게 태어난 거야.
너무 슬퍼하지 마.
그 대신 부자영감한테 호랑이가죽도 지켰잖아.
넌 바위와 나무도 끙끙! 하고 번쩍번쩍 들었잖아.
나도 너처럼 빨리 달리고 싶어.
왜냐하면 난 달리기 시합에서 꼴등을 했거든.
넌 눈, 코, 입, 귀는 하나이지만 마음은 똑같이 하나야.
난 니가 그냥 마음 착한 장애인라고 생각해.
<눈코입귀는 하나이지만 마음은 똑같이 하나야> 부분을 읽을 땐 전율이 느껴졌다.
1학년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눈코입귀는 비록 하나 밖에 없지만 마음은 온전하다는 말을 표현한 것일 거다.
이 친구 어머니 말씀이 일부러 유치원을 장애우가 함께 다니는 통합 교육을 하는 유치원에 다니도록 했다고 하셨다.
아마 그래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