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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났다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5월
와! 우리 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달라는 책이 있다니.... 분명 대박날 것이다.
최숙희 작가의 책이 우리 집에 <괜찮아>와 <누구 그림자일까?> 가 있는데 둘 다 누나가 굉장히 사랑하던 책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누나에게 물려 받아서인지 그냥 대면대면했는데 이 책은 보자마자 반응이 엄청 크다. 이유는 바로 아이들 입장에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엄마에게는 감동이 없는 책이 아니다. 읽어 주는 엄마에게도 찐한 감동이 있다. 바로 조금 전 아이에게 화냈던 것을 사과하게 만드는 신비한 마술 같은 책이다.
아들은 주인공 산이가 자기 같은가 보다. 하는 행동이 정말 똑같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산이와 자신을 대입시켜 볼 것이다.
맛있는 자장면을 먹고 있는 산이. 먹는 건지 장난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식탁은 난리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야단을 치신다.
" 또 시작이다. 또! 제발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좀 먹어. "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다.
얼룩을 지우러 화장실에 간 산이.
비누 거품을 보니 또 온갖 상상력이 자극되어 그 곳에서 장난을 하게 된다.
엄마의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 이게 다 뭐야, 목욕탕에서 놀다 넘어지면 큰일 난다고 했어, 안 했어!"
이것 또한 많이 듣던 대사다.
가만히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로 한 산이
그리다 보니 종이가 너무 작아 벽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엄마의 불같이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이게 집이야, 돼지우리야! 내가 진짜 너때문에 못 살아!"
이것도 저알 많이 듣던 대사다. 바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대사다.
양심이 콕콕 찔렸다. 우리 아들도 온 벽에다 그림을 도배를 해 놓으셨다. 처음엔 몇 번 야단치다가 나중에 그냥 그려라고 포기했었다.
엄마의 화내는 목소리에 산이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손발이 후들후들 떨리고,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뜨거운 기운이 휩쓸고 간 뒤 산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그제서야 망연자실한 엄마의 표정.
산이를 찾아나선 엄마.
허허벌판을 지나 높고 낮은 산을 넘어 어떤 성에 다다른다.
산이 같은 그림자가 얼핏 보인다.
엄마는 " 산아" 불러보지만 산이가 아니다.
" 어, 나는 후후룩인데요. 그런데요,우리 엄마는 나만 보면 가만히 좀 있으래요. 엄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엄마는 말을 얼버무린다. "그래 그렇구나 답답했구나!"
엄마는 산이를 찾을 수 있을까? 그건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도 후루룩처럼 느낄 것이다.
가만히 앚아 있을 수 없고, 호기심이 많아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고, 도화지가 너무 작아 벽지에 그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이 책이 우리 아들은 무척 마음에 드나 보다. 자신도 산이처럼 그런 행동을 하거든.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후루룩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몇 번이나 보는지... 이 장면 때문에 오늘 점심에 자장면을 끓여 먹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보면서 혹시나 나도 이렇게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 반성하게 만드는 고마운 책이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들을 어른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잔소리를 하게 되는 건 아닐런지...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지금 거실에 장난감 잔뜩 어질러 놓고 그냥 놔두고 자고 있는데 잔소리 안했다. 비가 오니 나가 놀지 못해서 그런 거지 하며 이해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