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장맛비가 주루주룩 내렸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감사하기도 하지만

1학년 데리고 5교시를 하는 날인데 어린이들이 잘 견뎌줄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며칠 전 아주 더웠을 때 

더위에 지쳐 아이들이 조용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런 저런 사건이 연속 벌어지는 걸 보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참 신체리듬이 다르다는 걸 실감했었다. 

경험상 이렇게 비가 하루종일 오는 날은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바깥에 나가 놀지도 못해서 

실내에서 온갖 사고들이 일어나곤 한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 별로 안 좋다. 

날 굳이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쉬는 시간마다 계속 괴성을 질러대는 몇 명의 아이들 

급기야 5교시에는 국어 시험을 보고 있는데 

화장실 간다고 보내줬더니 몰래 도서실을 가질 않나 

도서실 간 아이를 찾아온다고 6명이 수업시간 중에 우루루 복도에 몰려나가 뛰질 않나 

날 굳이를 확실히 했다. 

화장실 간다고 도서실 간 아이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교사의 질문에 여전히 화장실 갔다왔다고 거짓말 하고... 

다른 반 조용히 수업하는데 복도를 뛰어간 6명 또한 개념 없는 아이들이고... 

오늘만 같으면 정말 선생님 못할 것 같다. 

그런데 가만 보니 

집중력 좋은 아이들은 날씨에 별 영향을 받질 않는다. 

그런데 유독 평소에도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이 날씨가 궂으니 완전 흥분상태로 돌입하셔서 

괴성을 질러대고,  

수업 시간에도 계속 말을 해서 수업 방해를 하고,

복도에서 뛰어다니고, 

자꾸 친구 고자질하고. 

날씨 탓을 해야 하나 애 탓을 해야 하나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렇게 장맛비가 온다고 하는데 

그나마 놀토가 있는 주라서 다행이다.  

아니지. 놀토에 날이 맑아서 밖에서 충분히 놀다 오면 월요일은 차분하게 수업하는데 

그 반대로 놀토에 비가 와서 바깥놀이를 못한 채 월요일에 오면 그 월요일은 정말 집중력 제로에 흥분 상태 만점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얘들아, 선생님 아직 감기 안 나아서 목소리가 깨끗하지 않는데 

오늘처럼 너희들이 방방 뛰면 선생님 병 난다.  

그걸 원하는 건 아닐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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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6-25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훤히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배 아프다고 해서 화장실 다녀 오라고 했더니 물이 잘 안 내려 간다고 코를 싸 쥐고 온 아이를 보고 "니 것인데, 뭘 그러니?" 했더니 자기는 다른 칸에서 볼 일을 봤다고 해서 웃었습니다. "괜찮아. 그건 니 잘못이 아니니 거짓말 할 필요가 없단다." 했지요. 하하하~ 1학년이 너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