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머니 평화그림책 1
권윤덕 글.그림 / 사계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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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작년에 출간되자마자 얼른 수서를 하여 학교 도서실에 비치를 했다. 사서샘과 몇 분의 명예교사 어머니들이 그림을 보시고 어린이들이 보기에 너무 적나라하지 않냐며 걱정을 하셨다. 난 그분들의 걱정을 일축하였다. 좋은 그림책이고 반드시 어린이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말이다. 솔직히 적나라하기로 따지면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학습지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더 선정적이지 않나?

어쩜 처음 이 책을 대하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은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일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놀라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위안소에 끌려가 일본군에게 강제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것을 어린이들이 그나마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고심했을까 싶다. 그리고 정말 잘 표현하였다고 생각한다. 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묘사했으니 말이다.

권윤덕님의 이 책이 나오고서부터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한 어린이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알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러니 어린이들에게 반드시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서로 대치를 이루고 있다.
자세히 보면 사람의 눈이 보인다.
첫 장면은 절망스러운 할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예쁜 화관을 머리에 두른 어린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밭에 나물을 캐러 갔다가 언니와 함께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꽃할머니.
그때 나이 열세 살이었다.

꽃할머니가 끌려간 곳은 군인들이 있는 막사 옆의 위안소였다.
군인들은 꽃할머니와 다른 여자들을 각각 방 한 칸에 집어 넣었다.

잠시 후 군인들이 꽃할머니를 짐승처럼 짓밟는다.
꽃잎이 떨어진다.
꽃할머니의 꿈도 깨진다.
위안부들은 하루에 10-30명의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다.
"한 번 당할 때마다 마음도 한 번씩 죽어 갔다"(본문 인용)
꽃할머니가 당한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상상도 안 된다.

가운데를 보면 방 한 칸에 위안부 한 명씩 있는 게 보인다.
그녀들의 방 문 앞에 줄지어 선 군인들이 보인다.
영업시간표 및 요금표도 있다.
하지만 정작 돈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고 한다.
오른쪽 위 이용일 할당표가 보인다.
아랫쪽에 성병검사대가 보인다.
위안소의 모습을 보니 정말 끔찍했다.

일본은 거의 전 세계에 걸쳐 위안소를 만들어 운영하였다.
위안소에 끌려가 강제로 위안부가 되어야 했던 여성들은 최소 4만에서 최대 3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 없다. 그중 80-90%가 조선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일본군을 따라 여기저기 다녀야했던 꽃할머니.
일본군은 자신들이 패망하자 위안부를 버린 채 도망간다.
꽃할머니는 그후 20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50년이란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꽃할머니를 찾아와 위안부 생활을 증언해 달라고 했을 때
할머니는 용기를 냈다.
" 지금 세상에는 그런 일 없어야지. 나 같은 사람 다시는 없어야지. 내 잘못도 아닌데 일생을 다 잃어버리고..."

할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전쟁으로 인해 피해자가 되는 여성들이 많다.
식민지 시대 나라가 힘이 없어 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던 것 처럼 지금도 약자의 나라에서는 강자의 나라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딸과 아내를 빼앗기고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쟁이 터지면 여자들은 그렇게 성의 노리개로 전락하였다.
이 그림책이 좋은 이유는 위안부 할머니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모든 여성들의 인권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꽃할머니같은 사람들이 생겨 나지 않도록 셰계는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자기들과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꽃할머니들은 그 힘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주신 것이다. 그분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후세들이 평화를 지켜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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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6-18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사계절 출판사에 갔다가 원화전을 보았어요. 며칠 후 아침독서 연수에서 강승숙 선생님이 이 책을 소개하시더라구요. 숙연해졌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저도 선생님이 하신 것처럼 들려 주었지요.
3학년 아이 둔 엄마에게 선물로 줬더니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라고 줘도 되냐고 묻더라구요. 아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냐고 말이지요. 사실 읽어주기는 무척 힘들었던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