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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된 아빠 ㅣ 살림어린이 그림책 20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노경실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4월
나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사랑하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신간을 가지고 찾아 왔다. 작가는 다른 작가에 비해 다작을 하는 편인 것 같다. 올해만 해도 2-3권의 책이 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앤서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러 권의 책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다.
작년 겨울에 나왔던 <마술 연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그림책이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보여진다
주인공 아빠의 모습을 처음보자마자 유명한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가 생각났다. 포마드를 발라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 약간 껄렁한 모습이 <그리스>에 나온 존 트라볼타가 연상되었다.
아빠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 헤어스타일, 패션, 운동, 취미 등 온갖 것에 신경을 쓴다.
자! 보시라. 범상치 않은 아빠의 모습을.
록커 같기도 하고, 당구 치는 모습도 결코 평범한 아빠의 모습은 아니다.
젊어 보이려고 항상 애쓰는 아빠가 어느 날 건강식품 가게에 들러 사 온 <젊음을 돌려 드립니다>음료수 한 병을 꼴깍꼴깍 다 마셔 버렸다. 아무 일도 없을까?
전혀 아무 일 없지 않다. 아빠가 바로 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토록 젊어지려고 애 쓰던 아빠는 너무너무 젊어져 버렸다. 이렇게 기저귀를 차야할 정도로 젊어진 아빠는 이제 말도 못 한다. 옹알이를 할 뿐이다.
아기가 된 아빠의 표정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언뜻 보면 조로증에 걸린 사람 같아 보인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몸만 아이가 되었으니 오죽 하랴! 아빠는 다시 예전의 아빠로 돌아올 수 있을까?
다행이 아빠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원래대로 돌아온 아빠가 자신의 머리카락 중에서 흰머리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이다.
예전 같으면 흰머리를 보고 화내고, 당장 염색약을 사와서 발랐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아기가 되어 본 아빠는 깨달았을 것이다.
늙는다는 것이 꼭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앤서니는 이번 책을 통해서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에게
늙는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역으로 보여준다.
책의 겉표지를 보면 아기가 된 아빠가 겉표지가 아니다
모름지기 겉표지란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고 있는 게 대부분인데
왜 이 책은 아기가 된 아빠가 아니라
아기가 된 아빠를 바라보며 웃는 노인들의 모습을 채택하였을까?
이게 바로 내가 이 책이 늙는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위로해 주기 위한 책이라고
말하는 증거이다
행복하게 아기를 쳐다보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행복감이 느껴진다
늙었지만 틀니가 보일까봐 두려워하지도 않고, 주름살이 짙어질까봐 걱정하지도 않은 채
행복하게 웃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야 말로 이 책의 주제를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것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을 때 참다운 인생의 기쁨이 있는 게 아닐까?
흰머리 한 가닥, 주름살 하나도 인생의 연륜이 쌓인 흔적이므로 그렇게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위로를 해 주는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