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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아저씨 손 아저씨 ㅣ 우리 그림책 1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2월
평점 :
우리 반 아이들과 5월 한 달 동안 권정생 할아버지의 작품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감동도 줄 수 있으면서, 책에 대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이 책 <길아저씨 손아저씨>도 그 중의 하나이다.
물론 4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어서 더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하지만
읽고 나면 왠지 따뜻함이 온몸에 전해지면서 오랫 동안 그 온기가 가시지 않아 좋아하는 작품이다.
윗 마을에 사는 길아저씨는 다리가 불편하여 평생 문 밖으로 나와 보지 못하고 방안에서만 살고 있다.
아랫 마을에 사는 손아저씨는 두 눈이 보이지 않아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방안에서만 살고 있다.
둘은 부모님이 살아 계실 적엔 부모님의 돌봄으로 인해 그런대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허나 부모님이 천년만년 살 수는 없는 일.
두 아저씨의 부모님이 하늘 나라에 가시자 두 사람의 생활은 예전과 완전 달라진다.
절망에 빠진 길 아저씨가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장면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당장 무얼 먹고 무얼 입고 사나?
손아저씨는 그나마 지팡이라도 짚고 더듬더듬 밖으로 나와 구걸을 시작한다.
구걸하다 들른 대추 나무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길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
자신은 그나마 밖으로 나와 구걸이라도 하지만 길아저씨는 다리가 없어 밖에조차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손아저씨는 자기를 그에게 데려다 달라고 청한다.
그후 길아저씨와 손아저씨는 한몸이 되어 생활한다.
손아저씨가 길아저씨를 업고, 길아저씨는 손아저씨의 눈이 되어 둘은 함께 세상으로 나와 구걸을 한다.
구걸을 하다 차츰 새끼 꼬는 법도 배우고, 새끼를 꼼꼼하게 잘 꽈서 물건을 잘 만드니
이웃들이 그 소문을 듣고 물건을 사러 온다.
물건을 팔아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고 두 사람의 착한 마음씨에 반한 예쁜 색시도 맞이하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 돕는 것이 하늘에서도 기특하고 대견해 보였나 보다.
이렇게 복을 내려 주시는 걸 보니 말이다
책자리에 모여 읽어 주려고 하니 벌써 읽은 아이들이 꽤 있었다.
중간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
읽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끝까지 얼마나 집중하여 잘 듣던지.... 귀여운 것들!!!
예전에 읽은 땐 겉표지에 점자가 있는 걸 몰랐다가 오늘에서야 대발견을 했다는 선생님 말에
" 선생님, 저는 알고 있었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 처음에는 문이 닫혀 있고, 맨 뒷장에는 문이 열려 있어요" 라고 제법 관찰력을 자랑하는 아이도 있다.
장애우인 두 아저씨가 서로 돕는 마음을 보고 우리 친구들이 지금 당장 표현하지는 못해도 마음에 감동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
한 다. 요즘 우리 반 친구들이 한글을 잘 모르는 친구를 놀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과 비교하여 깨달은 바도 있었을 것이다
엊그제 국어 시간에 배웠던 < 사윗감을 찾아 나선 두더지>와 비교하여 어떤 사람을 신랑감으로, 아내로 맞이하여야 하는
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여러분~숙이와 연이 아가씨와 왜 장애우를 선택하여 결혼하였을까요? " 질문하자
" 착해서요" 라고 대답한다.
" 그럼 결혼할 사람을 고를 때 힘센 사람을 골라야 할까요? 착한 사람을 골라야 할까요? " 다시 질문하자
" 착한 사람요 " 라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부디 그 마음 결혼 적령기가 될 때까지 변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