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살인 사건 동화 보물창고 30
베티 렌 라이트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살인>이라는 낱말이 들어가 있어서 어쩐지 무서울 것 같아 선뜻 이 책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무서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차일피일 미루다 첫장을 읽게 되었다. 그러자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내친 김에 다 읽게 되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지 않아 다행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휘어잡는 생각은 내가 알고 있는 선배들의 자녀들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선배 2분도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분들의 자녀 또한 에이미처럼 이런 무거운 짐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 대신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 루앤을 방과후 내내  돌봐야 한다. 에이미가 부모로부터  2배로 받는 기대감, 동생을  평생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갈등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장애우가 있는 가정에서는 반드시 그 형제자매를 위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에이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장애우의 형제자매들에게 심리치료가 필요하겠구나 절감하였다. 그들이 장애우의 형제자매로서 가지게 되는 부담감과 갈등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할 것 같다.  그들의 경우 장애우 형제를 돌봐야 하는 것이  때로는 자신에게 매우 힘겹고 무거운 일이라고 말하게 되면 혹시 부모가 실망할까봐 아니 에이미 엄마처럼 <이기적인 아이, 너는 다 가지고 있으면서 ... >라는 등의 말을 들을까봐 표현도 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름하여 착한 증후군.부모와 장애우 형제에게 착한 자녀, 착한 형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곪고 있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에미미의 경우도 그렇다. 어느 날 쇼핑 몰에서 벌어진 일로 인하여 내내 참아왔던 것이 빵 하고 터져 버린 것이다. 그 길로 엄마와 심하게 다투고 고모가 살고 있는 고택에 가게 된다. 부모로부터의 독립, 아니 장애우 동생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내가 다니는 단골 미용실 원장님 자녀 또한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분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는 장애우의 부모들의 소원은 바로 < 자녀보다 내가 하루라도 더 오래사는 것>이란다. 그 말을 듣고 부모로서 장애자녀를 끝까지 보살피고 싶어하는 그 마음과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 즉 형제자매라도 그 아이를 보살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가슴 아픈 말이라는 생각을 하였더랬다.  부모는 부모이니까 어차피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형제자매는 좀 다른 것 같다. 여기서도 에이미의 엄마는 루앤이 자신의 불찰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에이미는 엄마와는 좀 다르다. 자매로서 동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동생 때문에 마음대로 친구들과 놀 수도 없다. 고모의 고택에서 친구들과 오붓하게 생일 파티를 하고 싶었는데 얼떨결에 루앤이 끼게 되자 몹시 실망하는 에이미. 어떻게 친언니가 그럴 수 있나 싶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루앤이 그렇게 귀찮고 싫다가도 다른 사람이 동생을 놀릴라 치면 그것은 더 참을 수가 없다. 꽃 장수 아저씨가 동생을 심하게 나무랄 때 아저씨에게 대들면서 동생이 망쳐버린 꽃값 9달러를 냉큼 주는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마음대로 동생을 드러내 놓을 수도 없고, 마음대로 동생을 귀찮아 할 수도 없으며, 내내 모른 체 할 수도 , 내내 보살펴 줄 수도 없는 그런 복잡한 형제자매의 심리가 잘 느껴졌다.   

더불어 고모의 고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은 이 책을 읽는 재미의 덤이었다. 인형의 집에서 일어나는 믿지 못할 일들과 오래 전 고택에서 벌어진 증조부의 살인 사건. 범인의 반전까지...도대체 고모가 숨기려 하는 그 진실과 진범은 누구일까 궁금해 하면 끝까지 읽게 된다.

고모가 자신의 조부모에게 가지고 있었던 죄책감이나 에이미가 동생에게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을 묶어 놓고 있는 올가미 같은 존재였다. 고모는 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되고, 에이미 또한 인형의 집에서 벌어진 기괴한 일들을 동생과 함께 겪으면서 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마지막 고모의 충고처럼 에이미에게도 가끔은 동생과 떨어져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에이미의 심리가 잘 묘사된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장애우 형제를 가진 자들이 짊어질 수 있는 죄책감이나 부담감에 대해서 읽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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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6-06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엄청 궁금해지네요. 읽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