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똑똑한 아이 키우기 마음껏 그려 보자 1
니칼라스 캐틀로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절판


오래 전부터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창의력>이다. 첫 교단에 설 때 부터 주입식 교육과 정반대되는 창의성 교육을 하자는 것이 바로 교육계의 슬로건이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창의성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나 물어본다면 <글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게 교육의 현주소이다. 말로는 창의성 교육을 꽤 오래전 부터 운운하였지만 실제적으로 교육현장에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과밀학급, 과다한 수업시수, 시험 등등)가장 큰 이유는 창의성을 펼칠 장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PISA에서 실시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높은 등수(3등)을 차지하곤 하지만 1등을 차지하는 핀란드 학생들과 비교해 볼 때 창의력 부분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각국의 대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할 때 더욱 더 뚜렷해진다. 전세게 우수 대학 100등 안에 우리나라의 대학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어디 학문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로지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지.철저하게 암기 위주의 시험 등에 익숙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정작 학문을 탐구하고, 창의적으로 뭔가를 해결해야 하는 대학교육에서는 성취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에 보았던 마이클 센댈의 하버드 강의 특강을 보니 하버드 대학생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토론을 하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자유롭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답은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끼리 더욱 더 경쟁을 시키고, 시험을 자주 보아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해결방법을 내놓고 있다.
창의력은 그렇게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학생들의 마음이 평안해야 한다. 시험에, 여러 가지 공부에, 사교육에 시달려서 무슨 창의력이 생기겠는가? 편안한 마음가짐에서, 무엇인가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여겨질 때 생겨나지 않겠는가? 마지못해 하는 공부에서 창의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런 찰나에 창의력을 길러 주는 이런 책은 아주 소중하다고 본다.
나도 별로 창의력이 없는 사람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창의력이 발동하는 것 같다. 고무적인 것은 창의력도 길러지고, 항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늙어가는 나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선 창의력이 생기는데 하물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창의력이 저절로 생겨날 것이다. 문제는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어른들이 마련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 그림책은 여러 가지 상황을 주고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어울리는 그림을 마음껏 그려 보는 장을 마련해 준다. 나같은 어른은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굉장히 얼떨떨하고 두려워 하지만 의외로 어린이들은 굉장히 재미 있어하며 쉽게 뛰어 든다.

이 그림은 7세 된 우리 아들이 그린 그림이다. 울 아들은 나처럼 별로 그림이 소질이 없어 보였다. 작년까지는 말이다. 누나가 워낙 그림을 잘 그리는 터라 쉽게 그림을 그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스케치북에다 스스로 그림을 그려 내는 걸 보고 칭찬을 많이 해 주었더니 이제는 그림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썩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마음과 머리 속에 있는 뭔가를 그림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것부터 반가웠다. 난 내 생각을 글로 쓰라는 건 좋지만 그림으로 그리라고 하면 죽을 맛이다. 아들에게 그림책을 주며 <엄마 숙제니까 도와주라>고 하자 어려워하지 않고 여기저기 열심히 그렸다. 아주 재미있어 하며 말이다.

지난 주 일요일 오후
딸 아이에게 <시아야, 엄마 리뷰써야 하니깐. 니가 몇장 그려줄래? > 하였다. 딸은 < 그래, 알았어요>했다. 아들이 그린 그림만 올리기엔 좀 그래서 잘 그리는 딸의 그림을 좀 올려 보려는 엄마의 마음에서였다.딸은 신이 나서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렸다. 난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아들은 누나 옆에서 누나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보고 있었다. 아들은< 이건 엄마가 나한테 준 그림책인에 왜 누나 혼자 욕심 부리고 다 그리는 거야 ?>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 시후야 괜찮아? >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은 자기의 머리를 쥐고 아파하고 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글쎄. 딸이 쥐고 있던 연필에 아들이 박치기를 하는 바람에 아들의 머리에 연필심이 들어간 거였다. 머리를 살펴 보니 까만 연필 심이 박힌 게 보였다. 일요일 오후 응급실에 가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다 응급실 가봤자 고생만 할 것 같아 일단 소독을 하고 약을 발랐다. 까많게 보이는 게 연필심이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그냥 착색만 된 것 같기도 하고.... 서로 그림을 그리겠다고 아웅다웅하다가 그렇게 된 거였다. 다행이 다음 날 소아과에 가서 주사 바늘 같은 걸로 심을 긁어냈다. 뾰족한 주사 바늘로 긁어내는 데도 울 아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잘 참아냈다. 정말 장하다. 울 아들!!!
그림책을 서로 독차지하려고 하다 큰 사건(?)이 생길 뻔 했지만 그만큼 이 책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그림책이라는 증거가 되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잊지 못할 그림책이다. 하마터면 울 아들 머리에 큰 상처를 줄 뻔했으니 말이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머리에 딱지가 있긴 하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다치는 건 순식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이 그림책을 손에 넣은 아들이 그린 퀼트 이불이다.
예전에 비하면 그림을 좋아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척척 그려내는 울 아들을 보면서 창의력은 길러진다는 말에 확신한다. 더불어 울 아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엔 가족 앞에서도 절대 그림을 그리지 않던 아들이 이제는 이것저것 다 그리는 걸 보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골까지 그릴 줄 꿈에도 몰랐다. 일취월장하고 있는 울 아들.

다음은 울 딸의 그림이다. 갑자기 친구들을 데려와서 우리 집에서 놀던 날. 더 놀고 싶은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

미래 꿈이 <만화가>인 울 딸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하나도 심심하지 않단다.

유령의 집을 그린 모습이다.

특히 딸은 동물을 아주 귀엽게 잘 그린다.
담장에 숨어 바라보고 있는 건 구미호가 변신하는 모습이란다.

자기를 놀리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뒤쫓아 가는 모습이다.
딸은 더 그리고 싶었지만 지난 번 그 사건 때문에 나머지 부분들은 온전히 동생에게 양보해 줘야만 해서 딸의 그림은 몇 장 없다.
우리 반 친구들과도 함께 해 보고 싶다. 정말 다양한 그림들이 나올 것 같다. 우리 반 친구들도 요즘 그림연습을 하고 있는데 한 가지 그림만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그리라고 하면 정말 다양한 그림들이 나온다. 이처럼 아이들은 충분히 창의적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창의성을 펼치고, 즐길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대학 입시나 취업을 위해 밀어 붙이기 식으로 떠다 밀고 있기 때문에 창의성이 신장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충분히 그 안에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걸 표출할 장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런 장들을 만난다면 충분히 우리나라 학생들도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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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6-0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만 그림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도치맘~) 시아는 더 잘 그리네요. 훌륭합니다.